영화 ‘7번방의 선물’의 그 달동네
달동네에서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난 서울 서대문구 세검정로 개미마을의 전경. 낡은 벽에 노란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장선희 기자
개미마을은 1950년 6·25전쟁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도시 빈민들이 임시 거처로 천막을 두르면서 만들어졌다. 인왕중학교 옆 가파른 언덕길을 숨이 찰 정도로 올라가야 겨우 닿는다. 마을 꼭대기에선 내부순환도로와 근처 아파트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로 지대가 높다. 지붕과 지붕, 대문과 대문이 오밀조밀 맞닿아 고층빌딩이 가득한 도심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 삭막한 달동네가 최근 회색벽을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색칠하면서 생기를 얻었다. 대학생들이 모여 ‘환영’ ‘가족’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을 테마로 51편의 벽화를 그려 넣은 것이다. 어두운 골목길 벽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활짝 피었고 낡은 무허가 건물 벽에는 하늘색, 초록색 알록달록한 풍선 그림이 입혀졌다. 예쁜 벽화 덕분에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관광객도 늘었다. 강아지 벽화가 그려진 집 주인은 벽에 “저는 스타이니 모델비를 입금해주세요”라는 농담식 문구를 써놓기도 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