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한국 프로젝트]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8>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대담=이기홍 부본부장·이광표 정책사회부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왼쪽)은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성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밑거름”이라며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른쪽 부터 이광표 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 이기홍 채널A 부본부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잠재력이 곧 창조경제의 밑거름”이라고 밝혔다. 채널A는 11일 오전 8시부터 20분간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조 장관과의 대담을 방송한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창조경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여전히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 수준입니다.
“지난해 OECD 측에 관련 자료를 의뢰해보니 한국은 2060년이 되면 가용 노동 인구가 지금의 절반이 되고, 2030년부터 이후 3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답보 상태에 이른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이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준비된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입니다. 실제 OECD 측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지금의 남성 고용률만큼 높일 수 있다면 GDP 성장률을 매년 1%씩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 경제기구들은 이처럼 여성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적극 장려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의 경력 단절 여성이 200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보면 직장을 관두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육아’와 ‘출산’을 꼽습니다. 실제로 매년 31만 명의 여성이 직장을 떠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육아 문제로 인한 경력 단절입니다.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연령대와 상관없이 모두 ‘아주 좋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합니다.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재취업 여성들은 ‘직장 생활 중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이 절실합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시설 보육의 사각을 메워주는 제도로 현장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그 규모는 아직 크지 않습니다. 현재는 24개월 미만 영아들을 하루 종일 맡기거나 12세 이하 아동을 시간제로 맡길 수 있는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직장 여성들이 여러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성 인력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문제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여성이 마음껏 일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제도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여성부는 현재 육아휴직에 들어가 있는 직원이 전체의 12%가량 됩니다. 하지만 민간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이보다 훨씬 적을뿐더러 육아휴직을 선뜻 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무엇보다 육아휴직 대상이 여성에게 편중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직장인 6만7000명 정도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그중 남성 육아휴직자는 3%뿐입니다. 프랑스나 핀란드 등은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여러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학교 밖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여성부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나요.
“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들은 현재 28만 명 정도 됩니다. 여성부는 재작년부터 교육부와 함께 학업중단숙려제를 도입해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지자체의 약 70%에 상담복지센터가 마련돼 있습니다. 상담센터를 찾아온 청소년들은 적성검사는 물론이고 다시 공부할 의지가 있는지, 직업 교육을 받는 게 좋은지 등을 상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합니다.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에 이러한 지원 센터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도 여성부의 중요 업무 중 하나인데요. 올해는 어떤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인가요.
“그동안 다문화 가정은 ‘돌봐주고 지원해줘야 하는 취약 계층’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을 따로 구분해서 지원해주는 게 아닌, 수용하고 육성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가정이 많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과 교류가 굉장히 활발한 곳들입니다. 다문화 가정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통로나 다름없습니다. 다문화 가정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은 물론이고 이들의 자녀들 교육까지 지원하는 등 다양한 맞춤형 정책을 병행해 나가겠습니다.”
▼ 다문화 지원센터 통합… 방문교육서비스에 자기부담금 신설 ▼
결혼이민자 가족정책 대수술
조윤선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다문화가족지원 정책은 가족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다문화가족을 따로 구분해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문화가족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다문화가족을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구별해 지원하던 기존 정책을 대폭 수정했다. 대표적인 것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가족통합지원센터’(가칭)로 통합하는 것이다.
두 센터는 상담, 교육, 돌봄 서비스 등 사실상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부는 그동안 “다문화가족은 일반 가족과는 구분되는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들만을 위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200여 곳 만들고, 예산 436억 원(지난해 기준)도 별도로 책정했다.
이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결혼이민자만을 위한 센터를 만들 게 아니라, 일반 가정들과 섞일 수 있도록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 가정을 위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150여 곳으로, 훨씬 적다는 것도 도마에 오르곤 했다.
여성부가 두 센터를 통합하기로 하자, 현장에선 반발도 있다. 일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여성부의 센터 통합 운영 지침이 2월 초에야 센터 측에 전달돼 종사자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며 “이로 인한 예산 집행도 늦어지면서 일부 센터에선 급여도 받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여성부 측은 “올해 10개의 시범센터를 운영하면서 지자체와 다문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성부가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제공해 오던 방문교육서비스도 바뀐다. 방문교육사업은 임신이나 출산, 물리적인 거리 등으로 한국어 교육(집합교육)을 받기 어려운 가정에 방문교육지도사가 집에 직접 방문해 한국어교육과 아동양육 등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다.
이 사업은 이용자 1인당 149만 원(2012년 기준)의 예산을 지원하는 고액의 서비스지만, 기존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제공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방문교육서비스 이용자들은 소득구간별로 자기부담금을 내도록 했다. 다문화가정은 실제 형편에 관계없이 무조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약자’가 아니라는 현실 상황을 반영한 조치이다.
최지연 lima@donga.com·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