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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EMP탄 50km 상공서 폭파땐 南전역 암흑천지 될수도

입력 | 2014-04-11 03:00:00

핵폭탄-무인기 이어 ‘전자무기’ 개발 가능성




《 전봇대에 있던 수상한 전자기기가 터지자 강력한 전자파가 일대로 퍼져나가고 주변 마을은 삽시간에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에 빠진다. 휴대전화는 먹통이 됐고, 달리던 자동차도 일제히 멈췄다. 전기와 전파를 이용하는 모든 제품이 마비되고 만 것이다. 그 순간 울려 퍼진 총성.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한 인기 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EMP(Electromagnetic Pulse·전자기파)탄의 위력이 소개된 장면이다.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이 장면이 현실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까. 송영선 전 의원은 이달 초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이 핵폭탄에 이어 EMP탄을 실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 고에너지 전자에서 강력한 전자기장 생성돼

EMP는 전자기장에 의해 매우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진동 현상을 뜻한다. 태양 흑점 폭발 때 지구에 통신장애가 일어나는 것도 같은 원리다. 태양 흑점 폭발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자기권에 부딪히면서 전자기 폭풍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폭발로 발생한 EMP도 매우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첫 발견도 핵실험에서 시작했다. 1962년 미국은 고도 400km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는 실험 중에 1445km 떨어진 하와이의 가로등이 꺼지고 전자장비가 고장 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콤프턴 효과’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콤프턴 효과는 고에너지의 빛을 원자번호가 낮은 원자에 쏘면 전자를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핵폭탄이 터질 때 발생한 강력한 빛(감마선)이 산소나 질소 분자에 부딪히면 높은 에너지의 전자가 튀어나오는데, 이것이 대기 중에 강력한 전자기장을 형성해 전자회로를 망가뜨린 것이다.

북한이 EMP탄을 개발한다면 공중에서 핵폭탄을 이용해 EMP를 발생시키는 방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상 50km 높이에서 이 폭탄을 터뜨리면 남한 전역이 피해 반경에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비핵 EMP탄 개발-방호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위력이 작더라도 원하는 지역에만 피해를 입히는 비핵 방식의 EMP탄을 개발하고 있다. 약한 EMP를 만든 뒤 전기나 화약 에너지로 압축해 수천만 배 강력한 EMP로 바꾸는 방식이다. 폭탄 앞에는 안테나가 달려 있어 목표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할 수 있고 피해 범위도 조절할 수 있다. 이 무기는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 전함을 공격하는 기계 군단 ‘센티넬’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키는 도구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미국은 비핵 EMP탄을 2003년 이라크전에 시험 적용했고, 현재는 피해 지역의 반경을 7km까지 늘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2009년 반경 100m 내의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EMP탄을 개발했으며 1km까지 늘리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MP탄의 위력을 줄여 경찰용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휴대용 EMP총을 만들어 교통단속이나 용의자 추적에 이용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연료분사를 전자식으로 제어하는데, 음주 차량이나 용의자 차량에 EMP총을 쏴 전자회로에 고장을 일으키면 자동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캐나다에서는 헬리콥터에 커다란 EMP총을 싣고 지상의 자동차를 정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최은하 광운대 전자물리학과 교수팀이 소형 EMP총으로 컴퓨터 모니터나 전구와 같이 작은 전자제품의 작동을 멈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

EMP탄의 공격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EMP의 위력을 줄이기 위해 전자기파를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재질로 벽을 만들어 EMP 자체를 차폐할 수 있다. 통신 장비에는 전자기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광섬유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전력선, 통신선, 안테나 등을 타고 들어오는 전자기파가 회로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퓨즈를 만들거나 우회 경로를 만들 수도 있다. 가정에서는 중요한 전자제품을 금속 포일로 여러 겹 싸놓는 것만으로도 EMP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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