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울산 계모 의붓딸 학대 1심 선고] 솜방망이 처벌에 유족-시민 분노
경북 칠곡군과 울산 의붓딸 학대사망사건의 1심 선고 결과에 유가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판결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유가족 통곡에도 피고인들은 무덤덤
11일 대구지법 제21호 법정. 오전 10시경 숨진 A 양의 친아버지 김모 씨(38)가 방청석 입구 쪽으로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자마자 시선을 피하려는 듯 머리를 숙였다. 앞서 김 씨는 청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표정하게 법원으로 들어서다 한 시민이 욕설과 함께 “네가 아비냐”라며 질타하자 “두고 보자”고 대꾸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호송버스에서 내린 뒤 취재진을 피해 법정에 뛰어 들어온 계모 임모 씨(36)도 별다른 반응 없이 무덤덤했다.
이날 오후 울산지법 제101호 법정에서 열린 ‘울산 계모’ 선고공판에서는 피해 아동의 생모 심모 씨(42)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심 씨는 오후 1시 반경 계모 박모 씨(42)가 법정에 들어설 때부터 흐느끼기 시작했다. 박 씨는 고개를 숙인 채 덤덤하게 판결을 듣기만 했다. 이어 재판부가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하자 심 씨는 옆 사람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큰 소리로 울었다. 그는 오전 11시부터 울산지법 앞에서 사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심 씨는 선고 뒤 “너무 억울하다. 어린아이를 그렇게 장기간 괴롭히며 죽였는데 왜 살인죄가 안 되느냐”며 오열했다.
○ 시민들 “절대 인정할 수 없는 판결”
이날 대구지법과 울산지법은 재판을 방청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대구지법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방청권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이들은 중형을 선고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계모에게 뿌리려고 소금을 가져왔다가 압수당한 오모 씨(60·여)는 “강하게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본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 직후 법원에 모인 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은영 씨(47·여)는 “죽은 아이는 70년이나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며 “징역 10년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지법에 모인 아동학대 방지 온라인 카페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하늘소풍)’ 회원 20여 명은 ‘사형’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한국의 아동법은 다 죽었나” “얼마나 억울하면 우리 엄마들이 와서 이러겠느냐”며 눈물로 호소했다. 두 재판을 모두 지켜본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오늘 재판 결과는 사회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구=주애진 jaj@donga.com / 울산=정재락
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