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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징검다리 폴짝… 자전거로 씽씽… 지방 물길에도 봄 봄

입력 | 2014-04-12 03:00:00

전국 곳곳서 “우리도 청계천처럼”




청계천이 살아나면서 전국적으로 하천 살리기 바람이 불었다. 지역 특색을 살려 도심의 명소로 부활한 강원 춘천시 약사천(왼쪽)과 대구 범어천.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대구시 제공

2일 오후 강원 춘천시 약사천은 ‘봄맞이 대청소’가 한창이었다. 겨우내 통수 제한으로 물이 흐르지 않았던 탓에 군데군데 고여 있는 부유물을 제거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인부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같은 시각 약사천변 양쪽 길에는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애완견을 데리고 걷거나 느긋하게 자전거를 타며 휴식을 취했다. 약사천변의 한쪽 길 바닥은 돌과 흙으로 만들어져 걷기에 제격이고, 다른 한쪽은 깨끗이 포장돼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에 적당했다.


물길 살리니 ‘도심 속 생태 보고’로 변신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춘천에는 약사천이 있다. 지난해 약사천이 복원돼 물이 흐른 지 약 1년. 약사천은 콘크리트로 덮인 지 3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춘천 도심 한복판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공지천과 연결된 하류에는 벌써 물고기들이 눈에 띄었다.

약사천은 길이 850m, 폭 6∼12m, 평균 수심 10cm로 작은 하천이다. 깊이 30∼40cm의 소(沼) 6곳이 있고 곳곳에 징검다리와 나무다리 등이 놓여 있다. 소양강에서 끌어오는 물 사용량은 1일 최대 3만8000t.

원래 약사천 상류지역은 춘천 도심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었다. 낡은 집, 어두운 골목, 방치된 폐가 때문에 야간에는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약사천이 복원된 뒤 주변 지역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약사천변을 따라 조경수가 심어져 푸름을 더하고, 폐가가 있던 자리에는 카페가 들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놀이공간이 됐다. 약사천을 자주 찾는다는 김지영 씨(40·여·춘천시 온의동)는 “도심에서 이렇게 가까운 휴식처가 생긴 건 춘천의 새로운 자랑거리”라며 “올 여름방학 때는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이르면 올해 말 약사천의 연장 복원 공사에 착수해 내년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복원된 구간 상류 지점부터 500m를 연장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내고 주변을 정비해 수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연장 복원은 당초 예산문제 등으로 미뤄졌다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약사천 상류지역이 침수되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공사를 앞당겼다. 한중일 춘천시의원은 “약사천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자 생태하천의 기능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약사천은 496억 원의 막대한 사업비와 물을 끌어오는 데 드는 연간 수억 원의 전기요금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약사천 상류지역이 침수되자 그 원인으로 약사천이 지목돼 춘천시가 곤욕을 치렀다.


제2, 제3의 청계천 속속 탄생


약사천은 환경부의 ‘청계천+20’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2005년 서울 청계천이 복원된 뒤 콘크리트로 뒤덮인 다른 도심 하천들을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사업이었다. 2009년 전국의 도심 하천 20곳이 선정됐고, 이 가운데 약사천을 포함해 10곳이 1단계 사업으로 시작됐다. 이어 2010년 2단계, 2011년 3단계 사업이 착수됐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지방판 청계천’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천도 청계천+20 프로젝트 1단계 사업으로 추진됐다. 대구시는 2009년부터 80억 원을 들여 두산 오거리∼어린이회관 1.6km에 퇴적물을 걷어내는 등 하천 정비 공사를 마쳤다. 범어천은 한때 상류에 물이 차단되면서 건천(乾川)으로 전락했고 여름이면 주변에서 흘러든 생활하수 등으로 악취를 풍겼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3만3000t의 유지수를 공급해 수질을 개선했다. 곳곳에 산책로와 문화광장, 생태탐방길 등이 조성됐다. 최근 이 하천 구간에는 높이 약 20m의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시험 운행을 시작해 접근성도 좋아졌다. 모노레일 아래로 흐르는 깨끗한 하천을 감상할 수 있어 새로운 관광코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수성못도 생태복원이 마무리됐다. 맑은 물과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호수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수성못과 범어천을 잇는 생태순환벨트가 조성되면 대구의 친환경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어린이회관∼범어교회∼중앙정보고에 이르는 복개구간(0.7km)을 복원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 화성과 수원시 구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수원천 지동교∼매교 구간(780m)의 복원도 2012년 4월 마무리돼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복원 구간에는 차량과 보행용 교량 9개를 신설했고, 홍수 때는 물이 넘치도록 설계된 세월교가 만들어졌다. 시민들의 산책로를 설치해 복개 구간에서 막혔던 광교저수지∼세류동 경부철교 구간 5.8km의 수원천변 통행로가 이어졌다.

부산 초량천은 2016년 복원 공사가 끝나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부산역 앞 동구 초량동 하나은행∼부산고 입구에 추진되는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총연장 400m에 폭 25m 규모로 사업비 360억 원이 투입된다. 디자인 및 기술심의를 거쳐 최근 실시설계 용역이 끝났다. 보상작업이 완료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초량천이 복원되면 인근 부산역과 차이나타운, 초량 이바구길, 개발이 한창인 북항 재개발 지역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벨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호 환경부 수생태보전과장은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1987년부터 시작됐고 현재 전국에서 하천 160여 곳의 복원이 추진 중인데 옛 모습 그대로 자연미를 살리려는 추세가 두드러진다”며 “도심 하천의 복원은 수질 개선, 생태계 복원, 주민 휴식공간 확보 등 많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imlee@donga.com
대구=장영훈 / 수원=남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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