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17>‘41년 知己’ 대우조선해양과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감독관과 엔지니어들(위쪽 사진)이 늘어나면서 경남 거제시 옥포로 일대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외국인 전용 상점과 숙소가 많이 들어섰다. 그 덕분에 거제 지역 경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조선소 작업복 차림의 외국인 남성 2명이 자전거를 탄 채 거리를 지나갔다. 파란색 작업복 뒷면에는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 소속임을 뜻하는 알파벳 ‘maersk’가 새겨져 있었다. 택시기사 이덕재 씨(59)는 “옥포로 일대에 외국인 거리가 형성되면서 3년 전만 해도 1주일에 한두 명 정도 택시에 타던 외국인 손님들이 하루 한두 명꼴로 늘었다”며 “거제시도 이제 국제도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직원이 늘면서 거제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2010년 8080명이었던 외국인 거주자는 지난달 말 기준 11928명으로 늘었다. 전체 거주자 25만4976명 대비 외국인 비율은 4.68%. 외국인이 많은 한남동, 이태원동 등이 속한 서울 용산구의 4.88%(25만1651명 중 1만2270명)에 비해 0.2%포인트 낮은 숫자다.
외국인 급증에 따른 변화는 거제시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간도길 인근에는 거제국제외국인학교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02년 설립된 이 학교(당시 옥포국제학교)는 최근 들어 학생 수가 220여 명에서 370여 명으로 급증해 지난해 2월 학생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교사(校舍)를 짓기 시작했다. 신축 교사는 다음 달 문을 연다.
외국인의 증가는 다양한 경제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다. 거주지 이동이 잦은 글로벌 선주사 직원들의 생활패턴을 반영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렌털하우스 사업을 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신원종합개발은 지난해 8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아파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선박 건조 감독관으로 옥포조선소에서 근무하는 뉴질랜드인 마이클 존 씨(57)는 “거제시에 이사 온 지 나흘 됐는데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 지역 주민을 위한 장(場) 마련
대우조선해양은 거제 지역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거제사랑상품권’ 구매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매해 설, 추석 등 명절 때마다 상품권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올해 설까지 구매한 상품권 금액은 360억 원으로 전체 발행 총액 706억 원의 51%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직원용 식자재로 활용할 농축수산물 90억 원어치를 거제시 현지에서 조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며 창출한 경제적 유발 효과가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