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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암 환자 11년간 2.5배로 늘어… 갑상샘암은 男의 5배

입력 | 2014-04-14 03:00:00

[여성암 정복, 이제는 예방이다]<上>100세까지 암 없이 건강하게




최근 여성 암 환자 증가율이 남성을 크게 앞지른 가운데 김정숙 이화여대 여성건강검진센터 소장이 갑상샘 질환이 의심되는 여성 환자에게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이화여대 의료원 제공

《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은 환자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다뤄야 할 문제다. 특히 여성 암의 경우 여성들의 의식과 사회적 지위 등의 확대로 검진이 늘어나면서 발생 건수도 대폭 늘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와 이화여대 의료원은 ‘여성암 정복, 이제는 예방’을 주제로 3회 시리즈를 통해 여성암의 위험성을 진단하고 주요 암 종류별로 예방책과 최신 치료법을 제공해 우리 사회를 여성암의 공포로부터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

40대 주부 김미희(가명) 씨에게 유방암 판정이 내려진 건 2010년. 김 씨는 투병 이후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 현수만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현수는 엄마가 유방암을 앓기 시작한 초등학생 시절부터 늘 혼자 집에서 지냈다. 유방절제술과 지속된 항암치료로 엄마 김 씨가 늘 병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남편 역시 회사일과 집안일, 그리고 김 씨 간병으로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김 씨의 유방암이 재발한 것. 김 씨가 다시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결국 현수는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보내야 했다. 현수 아빠 역시 간병을 위해 회사를 휴직한 상태. 소생 가능성이 희박한 김 씨는 “유방암이 우리 가족에게서 모든 행복을 앗아갔다”며 가정이 송두리째 망가진 아픔을 토로했다.

○ 전체 여성 암 환자의 50%가 여성암

우리나라의 전체 암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가 암통계 자료에 따르면 1999년 10만1000명에 불과했던 전체 암 환자 수는 2011년 21만8000명으로 약 2.2배로 늘었다. 특히 여성 암 환자 수 증가가 두드러진다. 2000년 4만3700명에 불과했던 여성 암 환자는 2011년 10만7800명으로 146.5%라는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남성 암 환자는 89.8% 늘어났다. 결국 지난 10여 년간 암 환자 증가는 여성 암 환자 증가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나 남성에 비해 훨씬 발병 빈도가 높은 갑상샘암(갑상선암)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여성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는 1996년에 비해 2010년에는 4배나 늘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여성 25명 중 1명꼴로 걸리며 이 중 30대가 14.3%, 40대가 40%를 차지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에 비해 젊은 환자의 비중이 큰 게 특징이다.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해지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야기하는 자궁경부암은 세계적으로 유방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여성암. 2011년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4.9명으로 일본의 9.8명, 영국의 7.2명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성경험 연령 저하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낮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목 중간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인 갑상샘 암까지 합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1년 여성 갑상샘암 환자는 남성 환자(7000명)의 5배인 3만3500명이나 됐다. 이는 여성 암 환자 10명 중 3명(31.1%)에 해당하는 수준. 여성호르몬이 갑상샘암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학설도 있지만 완벽히 입증되지는 않은 상태다. 결국 언급된 암 환자 수만 합해도 한 해 발생하는 여성 암 환자 수의 50%나 됐다.

○ 가정을 붕괴시키는 여성암

여성 암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우선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가 지목된다. 고된 직장생활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유방암, 난소암 등 여성암 발병을 촉진한다는 것. 덴마크 코펜하겐 암역학연구소 요니 한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1964∼1999년 덴마크 육군에서 근무한 여성 1만8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주 3회 이상 야근을 1년 넘게 지속한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정상근무 그룹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2004년 이후 시작된 국가 암검진 사업으로 건강검진이 활성화된 것도 초기 여성암 발견율을 대폭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장여성 증가로 직장 정기검진을 받는 여성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남녀 공통 암 증가 요인으로는 고령화가 지목된다.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우리 여성이 평균 수명인 84세까지 살면 3명 중 1명(33.8%)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암 환자 증가는 특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단위인 가정의 붕괴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외과 교수)은 “여성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내, 어머니로서 가족의 일상을 모두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여성이 한번 암 투병을 시작하면 가정 전체가 붕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암 역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예방과 조기치료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암 발생의 3분의 2가 조기검진과 치료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암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며 검진만 제대로 받으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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