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도발한 北 “드레스덴 구상은 궤변” 비난까지… 靑 “통일준비위 띄울 분위기 아냐” 출범 서두르지 않고 ‘정중동’ 행보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통일 대박론’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 구상’에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데다 청와대 방공망을 유린한 무인정찰기 사건까지 겹치면서 숨 고르기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통일 분위기를 띄우기 어렵게 된 것이다.
직격타를 맞은 건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다. 박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은 2월 25일 통일준비위 출범 구상을 처음 밝힌 데 이어 이달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장 통일준비위 인선 발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남북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통일준비위를 띄울 분위기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9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서면축사에서 “우리는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한민족 모두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통일을 향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통일에 대해 원론적 의견만 내놓은 셈이다. 당분간 박 대통령이 통일 공론화와 관련해 ‘정중동(靜中動)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1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흡수통일 논리이자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언론 매체가 아닌 북한 당국이 드레스덴 구상을 정면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핵심 통치기구인 국방위의 성명이라는 점에서 김정은이 드레스덴 구상을 직접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방위는 “애비의 이름 대신 민주주의 말살과 유신독재로 비명횡사한 불운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막말까지 퍼부었다.
한편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내각 부총리에서 물러난 북한의 ‘대미 외교통’ 강석주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임명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재명 egija@donga.com·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