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외교고문 올리버는 미국 CIA요원이었다” 美교수, 기밀문서 발굴해 주장 “영어연설문 손질, 李 눈치채 실패”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고문으로 활동한 로버트 올리버 박사(사진)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는 주장은 6·25전쟁 정전 직후 ‘북진통일론’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다.
데이비드 프랭크 오리건대 교수는 박우수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이 북진통일론을 강력하게 주장한 1954년 7월 28일 미 의회 합동연설을 집중 조명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비밀 해제된 CIA 문서를 찾아냈다. 1951년 9월 2일에 작성된 CIA 당국자 메모는 “비밀 공작원이 이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에 임명됐다”고 적고 있다.
프랭크 교수는 “CIA가 올리버 박사를 일하도록 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의 북진통일 주장을 거두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53년 7월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이 전 대통령은 계속 무력을 통한 북진통일론을 주장했다. 이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프랭크 교수에 따르면 올리버 박사는 이 전 대통령의 미 의회 합동연설 영어 원고에서 북진통일론을 완화하려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이 전 대통령은 올리버 박사가 연설문 작성에 간여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진통일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독일 히틀러에 대해 유화정책을 편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에 비유했다.
하지만 이철순 부산대 교수는 “비밀 해제된 CIA 문서에는 비밀요원으로 올리버 박사의 실명을 명시적으로 적지 않았다”며 “당국자 메모 하나에 근거한 프랭크 교수의 주장은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