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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감사원 권력자의 人生無常

입력 | 2014-04-14 03:00:00


신라시대 중앙관부의 하나인 사정부는 백관(百官)의 기강을 다잡는 일을 맡았다. 고려시대에선 사헌부, 조선시대엔 사간원에서 벼슬아치를 감찰했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탐관오리(貪官汚吏) 변 사또를 응징하고 춘향이를 감옥에서 빼낸 것은 16세기 초 도입된 암행어사 제도 덕분이었다. 지금의 감사원은 1963년 감사원법에 따라 심계원(審計院)과 감찰위원회를 통합해 만들었다.

▷조선시대 사간원에 해당하는 감사원은 공직자 감찰과 정부 수입지출 결산이 업무다. 실무 국을 지휘해 사무총장이 안건을 올리면 7인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다. 사무총장은 손발 노릇, 감사위원회는 두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직급이 낮은 감사관이 떠도 피감기관인 부처 장관은 머리를 조아리는 을(乙)이 된다. 돈이나 여자 문제가 있는 장차관을 서울 삼청동 감사원으로 조용히 불러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옷 벗을 것인가”라고 다그치면 열이면 아홉은 사표를 낸다고 한다.

▷감사원의 꽃은 사무총장 자리다. 인사권이 막강한 ‘권력의 핵’이다. 감사원장에게 인사권이 있지만 청와대 의중이 적잖이 반영된다. 권력 교체기에 청와대에서 감사원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 ‘센’ 사무총장을 앉혀 감사원장을 핫바지로 만들 수도 있다. 사무총장을 지낸 뒤 임기 4년인 감사위원(차관급)으로 승진하는 게 관행이다.

▷현직 감사위원이 며칠 전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엘리트로 전임인 양건 감사원장 때 사무총장을 했다. 직업 관료로는 정상까지 올랐다. 경찰은 우울증을 앓아 병가를 내고 치료 중이었다고 했다. 최근엔 권력기관에 불려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중에 그를 밀어내려 했다는 얘기도 있고, 후임자가 이미 선정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권부(權府)와 갈등이 있었던 것일까. 날카로운 칼날일수록 베이기도 쉽다. 사무총장까지 한 고위직이 어느 날 갑자기 극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진실이 궁금하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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