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11일 북한이 내려보낸 무인기에 아래아 한글 서체가 쓰인 점과 일련번호에 북한식 주체 연호가 없는 점을 들어 “북한에서 날아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코미디다. 북한 무인기라며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누군가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정부 발표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 근거와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 하필 국방부 중앙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된다”는 무인기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날이어서 마치 정 의원이 북한을 대변하는 듯 나섰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의 논리대로 아래아 한글 서체가 쓰여서 북한제가 아니라면 무인기 속에서 나온 일제 카메라는 이 무인기가 일본 것이라는 증거이며, 체코 엔진은 체코 무인기라는 증거인가.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 부품의 일련번호 등을 훼손시킨 쪽에서 ‘주체 몇 년’이라는 표현을 썼을지도 상식적으로 의문이다.
안 그래도 좌파 성향의 포털사이트와 트위터 등에는 무인기와 관련한 ‘조작설’을 제기하는 글들이 퍼지고 있다. ‘선거철 여론몰이다’ ‘선거 때문에 전쟁 나겠다’ 같은 음모론을 퍼 나르는 사람들도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때 좌파 성향 사이트와 자칭 일부 전문가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까지 정부 발표를 부인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오리발 내밀기에 일조했던 전철을 되풀이할까 걱정이다. 정 의원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결사대의 미국대사관저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386 운동권으로 유명하다. 아직도 운동권의 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