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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親러 무장세력 진압… 사상자 속출

입력 | 2014-04-14 03:00:00

동부지역 관공서 점거 ‘강경 대응’… 내무장관 “슬라뱐스크서 작전 개시”
외신 “정부요원 1명 사망, 5명 부상”




우크라이나 정부가 13일 동부 도네츠크 주의 관공서를 점거한 친러시아 무장세력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BBC 등 외신은 13일 우크라이나의 진압 과정에서 정부 측 요원 1명이 숨지고 최소 5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쪽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상대가 사태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공방전을 벌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도네츠크 주 슬라뱐스크의 경찰서와 시청 등을 점거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반테러 작전을 개시했다. 국가보안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작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2일 저녁 수도 키예프를 비밀리에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인구 13만 명의 슬라뱐스크는 러시아 국경에서 150km 떨어진 소도시로 러시아어 사용 주민이 많다. 스스로를 ‘도네츠크 민병대’라고 부른 친러 무장세력 200여 명은 12일 러시아제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하고 시청 등 관공서 건물을 점거했다. 이들은 러시아 국기를 걸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 경찰과 대치해 왔다. 도네츠크 주의 다른 도시 크라마토르스크, 크라스니리만, 드루시코프카 등에서도 친러 세력이 관공서로 돌진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러시아계 주민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다. 도네츠크 주 주도(州都) 도네츠크 시에서는 시위대가 6일부터 일주일째 관공서를 점거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무력 진압이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야기할까 두려워 진압을 자제해 왔으나 사태를 방치하면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의 4자 회담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친러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면 회담에 불참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3일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무능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를 80% 인상하고 밀린 가스 대금 22억 달러(약 2조2792억 원)를 갚으라고 독촉하는 등 군사, 경제 양면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배후에서 친러 시위대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국경선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미국의 지지를 강조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수입회사 나프토가스는 12일 “러시아의 가스 값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