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용 기자
그런데 지난달 말 관보에 게재된 고위공직자 재산 현황을 보면 13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된 재산을 증여하거나 증여받았다. 고위공직자 A 씨는 지난해 어머니 명의의 단독주택을 물려받았고 B 씨는 자기 명의로 된 땅을 판 돈을 아내에게 줬다. C 씨는 아들에게 상가 지분을 증여했다. D 씨 아내는 부모로부터 부동산을 받았다. 재산공개 대상 1868명 중 504명이 직계존비속 보유 재산의 일부를 공개하지 않은 걸로 미뤄 보면 고위공직자들의 가족 간 증여는 실제로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무원들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하는 문제는 접어두고 이들이 재산을 증여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배울 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증여를 통해 세금을 아끼고 있다. 우선 부모가 사망한 후 상속 받는 것보다 부모 생존 시 증여 받는 것이 유리하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세율은 넘겨주는 재산 규모에 따라 10∼50%로 같지만 세금을 매기는 방법이 달라서다.
공무원을 자녀로 둔 부자 부모 중에는 박봉에 나랏일 하는 자식을 위해 장기 증여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사람도 꽤 있다. 세무당국은 한 사람이 10년 내에 같은 사람에게서 받은 재산을 모두 합해 세금을 매긴다. 이 점을 감안해 10년 단위로 나눠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예컨대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꺼번에 3억 원을 주면 증여세율 20%로 세금을 내야 한다. 1년에 한 번씩 3년에 걸쳐 3억 원을 줘도 세율은 20%로 같다. 10년 동안 증여한 재산을 합산해서 과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에 1억 원씩 쪼개 30년 동안 3억 원을 준다면 증여세율은 10%로 대폭 줄어든다. 30년 증여계획을 짜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재력가들 사이에선 빈번한 일이라고 한다.
중앙부처의 A 과장은 몇 년 전 부동산을 처분해 마련한 대금을 따로 사는 대학생 자녀에게 증여한 뒤 자녀를 계약자(보험료 내는 사람) 및 수익자(보험금 받는 사람)로 하고 자신을 피보험자(사망위험에 노출된 사람)로 한 종신보험에 들었다. 이는 3가지 점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우선 A 과장은 글로벌 위기로 경제가 금방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자산을 처분해 금융상품에 가입했다. 부동산 가치 하락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한 것이다. 이어 자녀가 독립해 1년 이상 따로 살면 재산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공직자윤리법을 감안해 사전 증여를 한 것이다. 나중에 자신이 고위공직자가 될 때를 대비한 셈. 또 보험금은 상속재산에 들지 않기 때문에 자녀는 부친 사망 후 받는 보험금 수령액에 대해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다.
일반 중산층 가정에서도 자녀 명의로 적금 통장을 만들 때 증여세를 계산해 보는 게 좋다. 매달 수십만 원씩 자녀 명의의 통장에 불입하다가 10년 뒤 적립금이 5000만 원이 됐다면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다.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세를 물지 않고 줄 수 있는 재산은 10년 단위로 2000만 원(원금 기준)이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비과세 증여금액이 10년에 5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불입액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홍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