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부 차장
심 최고위원이 10일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이름(철수)이 불명예스러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며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철수의 원조’ 격이 내놓은 훈수치곤 가혹했다. 신나게 맞장구를 치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청와대로부터 “안철수 동정론이 일고 있다. 품격 있게 대응하라”는 ‘지침’을 받고서야 자중했다. 국민은 오만한 모습에 즉각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안 대표의 ‘철수 본능’이야 그렇다 치자. 새누리당은 뭐가 좋아 낄낄대나.
지난 대선 여야가 마음에도 없는 정치개혁 공약을 쏟아낸 이유는 간단하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느닷없이 안철수에게 투영돼 정치권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태풍’은 조만간 소멸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마저 사라질까. 언젠가 그 열망의 파괴력은 더 커져 정치권을 뒤흔들 것이다.
안철수는 기초공천 폐지를 꺅꺅 외쳐댄 매미다. 매미는 조만간 새누리당과 친노라는 사마귀에게 잡아먹힐지 모른다. 하지만 참새(국민)의 관심은 매미가 아니다. 사마귀가 사마귀인 이상 참새가 놓아줄 리 없다. 눈앞의 이익에 쫓겨 뒤따를 화(禍)를 생각지 않는 사마귀가 지금의 정치권이다. 그런데도 “새 정치는 완전히 땅에 묻혔다(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니 그들의 기백이 가상하다.
‘서울역 회군’과 그 이후 비극의 책임을 당시 열혈 대학생들에게 지울 수 없다. 오히려 김영삼, 김대중 두 민주화의 거두가 박정희 이후 집권 계획을 짜느라 전두환을 얕잡아 보지만 않았어도 민주화가 더 일찍 왔을지 모른다. 물론 결과론적 얘기지만….
이재명 정치부 차장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