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엽(1958∼ )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 하고 지난 설에도 안 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안 그냐.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종이에 꾹꾹 눌러 쓴 낯익은 글씨에 벌써 딸은 와락 그리움이 치밀 테다. 어머니만의 말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편지에 어머니의 모습과 목소리가 아른거리리. 삭신은 꾹꾹 쑤시고 마음은 질컥거리고, 그래서 사는 게 팍팍하단다. 하나 있는 아들이 ‘지난 설에도 안 와브럿다’고 딸에게 일러바치며, 그리움과 외로움과 서운함을 알뜰히 전하신다. 딸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각별하신 듯하다. 그만큼 살갑고 미더운 딸이 수녀 종신서원을 했으니, 알지 못할 세계로 가버린 듯 가슴이 휑하실 테다. 보고자파라, 내 딸! 편지로 미루어 시원시원한 성격인 어머니시지만 눈 밑 주름 고랑을 타고 ‘달구똥(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셨을 테다. 그 마음 감추고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라신다. 아, 그리운 어머니, 그리운 복사꽃!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