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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의 스마트머니]하버드대가 ‘착한 투자’에 나선 까닭

입력 | 2014-04-15 03:00:00


경제부·신수정

드루 길핀 파우스트 미국 하버드대 총장은 최근 미국 대학 최초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Principle of Responsible Investment)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기금은 지난해 기준 323억 달러(약 33조4600억 원)나 된다. 유엔 PRI에 가입함에 따라 하버드대는 향후 기금을 운용할 때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투자하게 된다.

총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학생들의 역할이 컸다. 일부 학생들은 “하버드가 눈앞의 이익을 미래의 생존과 맞바꿔선 안 된다”며 엑손모빌,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화석연료 생산·거래기업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학생이 늘어나자 총장이 ‘착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2009년 유엔 PRI에 가입해 사회책임투자형(SRI) 위탁운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 규모는 6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5조2000억 원)보다 23%나 늘었다.

그런데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 상품들의 성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말 기준 2,011.34에서 11일 1,997.44로 13.9포인트(0.69%)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SRI지수는 1,871.67에서 1,832.88로 38.79포인트(2.07%) 내렸다. KRX SRI지수는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에 대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를 바탕으로 선정된 70여 개 종목의 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실제 상당수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책임투자와 일반투자 사이의 수익률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사회책임투자의 수익률이 약간 낮다. 문제는 국내 사회책임투자의 수익률이 저조한 원인이 ‘무늬만 사회책임투자’에 있다는 것이다. KRX SRI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이 삼성전자, 한국전력, 현대차 등 일반 성장형 펀드와 유사해 대형주의 흐름이 부진하면서 SRI지수가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사회책임투자를 표방하면서 지배구조로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많다고 한다.

사회책임투자는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술, 담배, 무기 등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투자 종목을 선정하기도,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도 일반투자보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사회책임투자에 돈을 맡기는 건 수익률보다는 사회공헌이 목적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착한 기업’의 성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사회책임투자를 내세운 운용사들은 투자자의 이런 믿음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경제부·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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