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하이틴 스타에서 이제는 40대 중년 여성의 마음을 연기로 대변하는 이연수. SBS 아침드라마 ‘나만의 당신’에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1993년 돌연 연기 중단…평범한 생활
2003년 중국드라마 출연 계기로 복귀
한국 활동 여의치 않아 다시 3년 공백
기회에 대한 소중함 깨닫고 연기 매진
“호랑이 선생님 능가하는
대표작 한 번 만들어야죠”
1980년대 인기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을 기억하는가. MBC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은 당시 선생님 역할의 고 조경환을 비롯해 강문희, 윤유선, 안정훈 등 수많은 아역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이연수는 “그동안 누군가의 첫사랑으로, 단아한 이미지의 캐릭터만 주로 연기해 이미지 변신이 두려웠다. 푼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내 안의 틀도 조금씩 깨는 것 같고 주변에서도 반응이 좋아 새로운 도전이 즐겁다”고 말했다.
‘호랑이 선생님’ 이후 1990년대까지 수많은 광고 속 주인공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이연수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 하이틴 스타였다. ‘나만의 당신’을 비롯해 지난해 방송된 KBS 2TV ‘TV소설 삼생이’까지 그의 복귀를 가장 먼저 알아봐준 건 단연 당시를 추억하는 동년배 팬들이다.
이연수는 “‘호랑이 선생님’ 속 내 모습을 기억하고 다가온 팬들은 대부분이 또래거나 어르신들이다. 내가 다시 연기를 하면서 재기하는 모습에 많은 응원을 해 준다”며 웃었다.
그의 말처럼 이연수는 활발히 활동하던 1993년, 돌연 연기를 중단하고 대중 곁에서 사라졌다. 앞만 보며 달려온 연예계 생활에 큰 회의를 느꼈던 그는 이후 10년 넘게 지극히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 자연인 이연수의 삶을 만끽했다.
다시 연기에 대한 열정을 깨우쳐 준 건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중국 활동이었다. 2003년 지인의 추천으로 중국드라마 ‘강산미인’에 출연한 이연수는 한 달 반 동안 중국 촬영에 참여하면서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재확인했다.
“중국에 와서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도 즐거운데, 한국에 가서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 홀로 방송국을 돌며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연기 인생 2막이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의 다짐처럼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새 작품을 시작하기도 전에 회사가 해체되다시피하면서 3년의 시간을 허무하게 보냈다. 활동에 탄력은커녕 다시 슬럼프가 찾아왔다.
평소 긍정적인 성격의 이연수에게 두 번째 공백은 다행히 연기에 대한 절실함으로 이어졌다. 과거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연기는 “어쩌면 다시 못할 수도 있는 것”이 되었고, 기회 자체에 대한 소중함이 커진 계기가 됐다.
과거의 인기와 명성에 비하면 지금 당장의 배역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며 이연수는 미소를 지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