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한국 프로젝트]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9>윤성규 환경부 장관 대담=임규진 부국장·이광표 정책사회부장
윤성규 환경부 장관(오른쪽)은 최근 동아일보·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광표 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 임규진 부국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채널A와 인터뷰를 하고 “환경정책에 영리하게 대처하면 기존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 장기적으로는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채널A는 윤 장관과의 대담을 15일 오전 8시부터 20분간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방송한다.
―환경 분야에서 창조경제란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환경부에서는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까.
“우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20년까지 1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신종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연구직이 늘어나고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봅니다. 2015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서도 온실가스 관리기사, 검증심사원, 배출권 거래 중개인 등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경기술 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제품 제작 및 창업을 지원하는 ‘친환경 창조경제센터’를 5월 개소할 예정입니다.”
―해외 사례 중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창조경제 사례가 있나요.
“스위스 ‘프라이타크’사의 사례가 눈에 띕니다. 스위스 취리히는 연간 120일 정도 비가 옵니다. 핸드백을 들고 다니면서 빗물에 젖지 않을까 걱정하는 여성이 많았죠. 프라이타크 형제는 비에 젖지 않는 실용적인 가방을 고민하다가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한 핸드백을 제작하게 됩니다. 단순하게 리사이클(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업사이클한 사례죠. 프라이타크는 국민적 가방 브랜드가 되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350개 매장에서 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할당량을 정한 뒤 ‘더 내는’ 사람이 ‘덜 내는’ 사람에게 배출권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물건을 사고팔듯 시장 기능을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각 배출업소의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목표관리제보다 시장에 맡기는 거래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죠. 물론 첫 시행이기 때문에 이 제도가 산업계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내년 시행에 앞서 올해 8월 모의거래를 통해 제도상 미흡한 점을 고쳐 나갈 것입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을 지원하고 컨설팅을 무료로 해주거나 재정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신차 구입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 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역시 국내 자동차 산업계와 마찰이 있는 사안인데요.
“다소 갈등이 있지만 결국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저탄소 차량입니다. 1988년 올림픽을 예로 들어 볼까요? 그때 수도권의 매연 문제가 심각해 정부에서 매연저감 정책을 펼쳤습니다. 새로운 규제에 맞추려면 차량을 무연 휘발유로 바꿔야 했습니다. 그러려면 생산라인을 새로 만들어야 했죠. 자동차 업계에선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뜻이 모아져 결국 매연저감 촉매장치 등 새로운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1990년대 한국 자동차 수출에 큰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저탄소차 협력금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나라 환경 관련 기준을 높여 녹색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기업, 국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환경부는 늘 소통을 중시합니다. 규제 하나를 새로 만들거나 없애려 할 때 이해당사자, 시민단체, 국민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화관법(유해 화학물질 관리법)도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협의체를 만들고, 공청회를 하면서 하위 법령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이해당사자와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물, 공기 등을 마시며 살아가는 국민에게 환경부의 계획을 밝혀주십시오.
“사람은 길을 걷다가 모이를 쪼아 먹는 새를 보거나 들풀을 보면 고민을 잊게 됩니다. 이런 게 환경복지입니다. 환경부는 생산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환경복지를 구현해 나가겠습니다. 환경기술 개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는 것입니다.”
▼ “특화된 생태관광, 지역경제 되살리는 특효약” ▼
“지속 가능한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자연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생태 여가에 눈을 돌리게 되죠. 자연환경을 잘 활용하면 굴뚝산업 이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윤성규 장관은 생태환경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을 관광상품 브랜드로 육성하는 생태관광사업을 강조한다. 이에 환경부는 지역경제 발전과 생태 보전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생태관광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우선 2009년 남북관계가 경색된 뒤 단절됐던 비무장지대(DMZ) 생태조사 및 브랜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DMZ는 분단 60년 동안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아 황조롱이, 대륙목도리담비, 열목어 등 희귀종을 포함한 수천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윤 장관은 “철책선 남쪽에서 DMZ를 관찰하며 생태의 중요성을 느끼고 인식할 수 있는 생태탐방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이미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돼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 사례들이 있다. 순천만 갈대숲 관광이 대표적이다. 순천만 갈대숲은 2002년 복원한 뒤 이듬해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되면서 생태관광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2년 10만 명이던 관광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236만 명으로 늘어났다. 경제 효과는 1000억 원대에 이른다. 생태관광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정부사업 중 하나다. 윤 장관은 “금년 생태관광지역 지정을 더 늘려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0년 시작한 국립공원 명품마을 조성사업 역시 자연을 보전하면서도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이다. 지역 생태특성을 활용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등 체험 프로그램과 청정 먹거리 상품 등을 개발해 관광객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현재 다도해 관매도, 한려해상 내도 등 국립공원 내 마을들이 명품마을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명품생태관광소를 현재 10곳에서 2017년 18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