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최근 KT는 매월 전 직원이 부서별로 모이는 회의 명칭을 ‘올레미팅’에서 ‘소통미팅’으로 바꿨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KT가 올레를 없애고 새 브랜드를 선보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레는 이석채 KT 전 회장 시절인 2009년 KT가 KTF와 합병한 뒤 내놓은 브랜드입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역발상 경영’, ‘미래 경영’, ‘소통 경영’, ‘고객감동 경영’ 등 4가지를 ‘올레 경영’ 구상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올레는 공기업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혁신의 아이콘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고객정보 유출 사건,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올레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올레는 브랜드 가치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매년 선정하는 ‘대한민국 브랜드 스타’에 2011년부터 3년 연속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 명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뒤 KT 내부에 대대적인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어 올레를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브랜드를 교체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경영 실적이 악화된 KT가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입니다. KT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데다 당장 올해 명예퇴직금 지급비용만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KT 고위 관계자는 “올레미팅 명칭을 바꾼 것은 맞다”면서도 “올레 브랜드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브랜드에 담긴 가치와 의미를 새로 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달 초면 황 회장이 취임한 지 100일이 됩니다. 취임 후 100일 동안은 앞에 나서지 않겠다던 황 회장이 올레에 어떤 의미를 담을지 궁금해집니다.
김호경·산업부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