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증거조작’ 수사 발표 후폭풍]
최예나 기자
기자에게 이 사건은 남달랐다. 본보는 지난해 1월 유 씨가 탈북자 출신 공무원으로선 최초로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는 기사를 처음 보도했다. 국정원과 검찰은 지금도 유 씨를 간첩이라고 보고 있고, 첫 보도 시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기자가 당시 수사 중인 상황 이상을 알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증거 위조가 자행됐다는 의혹이 일자 누구보다 신경이 쓰였다.
검찰과 국정원 모두 처음에는 ‘설마’ 하는 반응이었다. 검찰 내부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가짜 증거를 만들었겠느냐”고 하다가 위조 정황이 드러나자 당황했다. 화살은 국정원이 가져온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검찰 내부로도 돌아갔다. 검찰은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했던 검사 2명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치명타를 입은 건 분명하다. 대공사건 수사를 하면서 사실상 국정원에 의존해 ‘받아쓰기’를 해온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깨진 건 당연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로 대공사건 수사가 주춤할 것을 우려한다. 수사과정에서 앙금이 쌓인 검찰과 국정원의 협조관계에 금이 갔을까봐 걱정하는 목소리다. 벌써 “공소 유지는 검찰이 하는 건데 국정원이 그동안 너무 도와줬다”(국정원) “이제 국정원이 가져오는 자료는 무조건 의심해봐야 한다”(검찰)는 등의 말들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과 국정원이 서로 으르렁거리면 결국 웃는 건 간첩과 북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과 국정원 모두 이번 일을 계기로 뼈를 깎는 내부 쇄신을 통해 다시 신뢰를 얻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남 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일제히 언급한 ‘환골탈태’를 빨리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최예나·사회부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