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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 野]‘저니맨’ 김병현, 고향팀과 마지막 ‘허니문’?

입력 | 2014-04-16 03:00:00


지난주 넥센과 KIA의 1 대 1 트레이드가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넥센 김병현(35)이 광주 연고의 KIA 유니폼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언젠가 고향 팀에서 뛰고 싶다”고 했던 김병현으로서는 ‘본의 아니게’ 바람을 이뤘다. 김병현과 팀을 바꾼 선수는 김영광(23)으로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 4라운드에서 KIA의 낙점을 받은 왼손 투수다. 국내 복귀 후 지난 2년 동안 8승(12패)에 그쳤지만 한때 빅리그에서 인정받았던 베테랑 김병현과 검증되지 않은 신인 김영광의 트레이드는 ‘현금과 어음’의 교환인 셈이다.

▷트레이드는 프로야구 등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는 제도다. 삼성전자가 A 과장을 내주고 LG전자에서 B 과장을 데려오는 일은 없다. 일반 기업에서 능력 있는 직원이 회사를 옮기는 것은 대부분 스스로의 결정이지만 프로야구는 다르다. 대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팀을 떠난다. 트레이드는 야구규약 제10장 ‘선수계약의 양도’에 명시돼 있다. 세부 조항에 따르면 ‘해당 선수와의 협의를 거쳐 타 구단에 양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아니기에 “갈래?”라고 묻기보다 “가라”고 통보하는 게 다반사다. 트레이드에 합의한 구단끼리는 구체적인 조건을 적은 ‘양도·양수계약서’를 교환한다. 양도·양수는 일반적으로 재산이나 물건을 주고받을 때 쓰는 용어다.

▷선수 본인의 요청으로 트레이드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야구 첫 트레이드인 1982년 삼성 서정환(한국야구위원회 경기운영위원)이 그랬다. 경북고 출신으로 실력을 갖추고도 쟁쟁한 팀 동료들에게 밀려 주전이 되지 못했던 그는 스스로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당시 선수가 부족했던 해태는 현금을 주고 그를 영입해 주전 유격수로 활용했다. 붙박이 주전이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기적 같은 ‘나 홀로 4승’을 올리며 롯데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고 최동원은 선수협의회를 만들려다 구단에 미운털이 박혀 1988년 시즌이 끝난 뒤 삼성으로 가야 했다. 당시 최동원의 트레이드 상대는 삼성의 에이스 김시진(롯데 감독)이었다.

▷한 팀에서 줄곧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는 것은 운동선수로서 행운이다. 하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별 볼일 없던 선수 생활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사례는 많다. 시애틀에서 포지션이 겹치는 스즈키 이치로의 그늘에 가려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뒤 성공 신화를 써 가고 있는 추신수(32)가 대표적이다. 클리블랜드에서 6시즌 동안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던 그는 지난해 신시내티를 거쳐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대박을 터뜨리며 텍사스로 옮겼다. 추신수와 달리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옮길 때마다 위상이 작아졌다. 첫 팀인 애리조나에서 주전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이후 트레이드 또는 방출 대상으로 보스턴, 콜로라도, 플로리다를 거쳤다. 2008년부터 한동안 아예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췄고 2010년 독립리그(오렌지카운티)에 입단했다가 이듬해 일본 프로야구(라쿠텐)로 발길을 돌렸다. 스스로 “저니맨 같다”고 말할 정도다.

▷저니맨(Journeyman)의 원래 뜻은 ‘도제 수습을 마친 장인’이지만 스포츠에서는 여행(Journey)에 맨(Man)을 붙여 여행하듯 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선수를 말한다. 비록 평탄하지 않은 선수 생활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저니맨’은 그나마 그를 원하는 팀이 한 곳이라도 있기에 가능하다. 팀을 옮기기는커녕 트레이드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트레이드를 통해 연고지 선수를 데려온 KIA는 김병현의 마지막 여행지가 될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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