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는 프로야구 등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는 제도다. 삼성전자가 A 과장을 내주고 LG전자에서 B 과장을 데려오는 일은 없다. 일반 기업에서 능력 있는 직원이 회사를 옮기는 것은 대부분 스스로의 결정이지만 프로야구는 다르다. 대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팀을 떠난다. 트레이드는 야구규약 제10장 ‘선수계약의 양도’에 명시돼 있다. 세부 조항에 따르면 ‘해당 선수와의 협의를 거쳐 타 구단에 양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아니기에 “갈래?”라고 묻기보다 “가라”고 통보하는 게 다반사다. 트레이드에 합의한 구단끼리는 구체적인 조건을 적은 ‘양도·양수계약서’를 교환한다. 양도·양수는 일반적으로 재산이나 물건을 주고받을 때 쓰는 용어다.
▷선수 본인의 요청으로 트레이드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야구 첫 트레이드인 1982년 삼성 서정환(한국야구위원회 경기운영위원)이 그랬다. 경북고 출신으로 실력을 갖추고도 쟁쟁한 팀 동료들에게 밀려 주전이 되지 못했던 그는 스스로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당시 선수가 부족했던 해태는 현금을 주고 그를 영입해 주전 유격수로 활용했다. 붙박이 주전이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기적 같은 ‘나 홀로 4승’을 올리며 롯데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고 최동원은 선수협의회를 만들려다 구단에 미운털이 박혀 1988년 시즌이 끝난 뒤 삼성으로 가야 했다. 당시 최동원의 트레이드 상대는 삼성의 에이스 김시진(롯데 감독)이었다.
▷저니맨(Journeyman)의 원래 뜻은 ‘도제 수습을 마친 장인’이지만 스포츠에서는 여행(Journey)에 맨(Man)을 붙여 여행하듯 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선수를 말한다. 비록 평탄하지 않은 선수 생활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저니맨’은 그나마 그를 원하는 팀이 한 곳이라도 있기에 가능하다. 팀을 옮기기는커녕 트레이드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트레이드를 통해 연고지 선수를 데려온 KIA는 김병현의 마지막 여행지가 될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