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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생활苦… 부부갈등… 자신들의 스트레스 자녀에게 ‘분풀이’

입력 | 2014-04-16 03:00:00

비정한 부모, 그들은 왜




가해 부모의 판결문에는 자신의 팍팍한 삶에서 오는 고통을 힘없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과정이 드러나 있었다. 가해 부모들은 대부분 이혼이나 남편의 실직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많았고 어린 나이에 아이를 양육할 준비가 전혀 없이 부모가 된 사례도 있었다.

재혼 가정의 경우 남편이 경제적으로 무능력하고 양육에 무관심해 계모가 남편의 자식까지 떠안게 되면 양육에 대한 부담감과 부부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동에게 분출할 수 있다. 이른바 ‘소금밥 계모’ 사건으로 알려진 양모 씨(52·여)의 경우 배경이 판결문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양 씨는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생계를 위해 어린 나이부터 파출부나 공장 인부로 일했다. 기사식당을 운영하며 피해 아동의 친아버지를 만나 재혼했지만 아이를 갖지 못했다. 양 씨는 스트레스로 낮에 집에서 술을 자주 마셨고 취했을 때 의붓자식들을 학대해 왔다.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두 살배기 아들을 밀치는 바람에 아이가 숨진 박모 씨(25)의 경우 20세 때 아버지가 됐다. 아이가 태어나자 양육 능력이 없어 보육원에 맡겼다. 그래도 키워보겠다고 데려왔지만 부부싸움 끝에 아이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아이를 칼로 찌른 정모 씨(36·여)의 경우 시부모, 시할머니와 함께 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남편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면 시댁을 험담한다며 오히려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정 씨 판결문에는 “아이가 자랄수록 남편을 닮았다고 느끼면서 남편에 대한 증오가 아이에 대한 미움으로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다.

아동 학대 문제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 △가정불화 등이 복합적으로 있는 가정에서 아동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아동 학대 가해자 6403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가운데 무직이 37%나 됐다. 월 소득 수준도 150만 원 미만이 53.8%였고, 300만 원 이상은 2.4%였다.

장화정 중앙아동전문기관 관장은 “아이들을 수시로 관찰할 수 있는 어린이집 및 학교 교사 등이 경제적 어려움, 우울증 등 가정의 양육 태도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며 “아동학대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시행 전이라도 신고 의무자에 대한 신고 및 사건 처리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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