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신입사원 공채 직무적성검사(SSAT)의 희한한 문제가 화제다. ‘토르 슈퍼맨 울버린 아이언맨 중 성격이 다른 슈퍼히어로는 누구인가.’ 광고직 시험에 나온 선다형이다. 어느 것이 정답일지 주변에 물어본 결과 백인백색(百人百色)의 답이 돌아왔다. “울버린. 유일하게 동물의 본성을 지녔다.” “아이언맨. 다른 영웅과는 달리 첨단 과학기술(슈트)을 이용한다.” “토르. 다른 히어로와는 달리 신이다.”
▷삼성그룹은 정답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외부에 알려줄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수학 답안처럼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출제자 사이에 합의한 논리로 도출된 답이라는 설명이다. 특이한 점은 출제자들이 삼성그룹 대리급 직원이라는 것이다. 바로 전에 SSAT를 치르고 입사한 이들은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함께 기출(旣出)문제집이나 학원에 의존한 준비를 무력화시키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인문 역사 공간지각력 문제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역사는 현대자동차 인·적성검사(HMAT)에도 많이 출제됐다. SSAT 문제에서는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과 익산 미륵사지 석탑 등이 보기로 제시돼 어떤 시대와 관련이 있는지 묻는 문항이 나왔다. 세계사에서는 프랑스 나폴레옹,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사진을 제시하며 누구인지를 고르라는 문제가 나왔다. “삼성과 현대차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을 위해 이렇게 애를 쓸 줄이야”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10만 명이나 되는 응시자 중에서 합격자를 걸러내려면 어렵게 출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응시자가 황당하게 느낄 수도 있는 이런 시험에는 미래에 대한 삼성의 고민이 담겨 있다. 변화무쌍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삼성 구성원들이 근면 성실한 성품,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인재만이 삼성 문을 두드릴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다. 핵심은 역시 창의력과 도전정신이다. 삼성 입사를 원하면 기출문제집 따위는 던져버리고 세상 밖으로 나갈 일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