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짓기 전에 먼저 두루 집 구경을 다니는 것도 건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외관이나 마감재보다는 집의 기능성을 좌우하는 구조재를 꼼꼼하게 챙겨보는 게 중요하다.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구경은 모델하우스가 수시로 열리므로 그 기회가 넘쳐난다. 하지만 개인주택은 아무리 잘 지은 집이라 하더라도 맘대로 구경할 수가 없다. 심지어 단지형 전원주택도 사정은 비슷하다. 30채 미만 단지가 대부분이다 보니 제대로 샘플하우스를 지어 놓고 분양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샘플하우스가 있다 하더라도 구경하려면 먼 현장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마당과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 단독주택은 땅과 건물의 결합체이다. 아파트도 땅 위에 짓는 건축물이긴 하지만 단지 위치가 중요하지 마당은 별 의미가 없다. 선(先)분양 방식의 아파트는 완공 전에는 동·호수별로 내 집을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이 현장에 가볼 필요도 없다.
내 집을 짓기 전에 가급적 많은 집을 둘러보는 게 좋다.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내 집의 개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갖추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고 안목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때 집뿐 아니라 입지적 장단점도 꼼꼼히 살펴본다.
그렇지만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전원주택(단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나절 품을 팔아 한두 곳 구경하기도 빠듯하다. 가까운 수도권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게 그나마 발품을 더는 방법이다. 가족이 함께 다니면 이후 집 설계 및 건축에 대한 공감대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
수도권 전원주택(단지) 및 전원마을은 용인 여주 양평 가평 파주 고양 등 도처에 들어서 있다. 주로 경부 영동 경춘 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나들목(IC) 주변과 복선전철역 주변에 형성된 ‘전원주택 벨트’를 찾아다니면 집 구경은 실컷 할 수 있다. 수도권에 접한 충북 충주 제천, 강원 원주 춘천 홍천 등지에도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문제는 이런 식의 집 구경은 자칫 주마간산 격이 되기 쉽다는 것. 사실 살기 좋은 집이란 외관이나 마감재보다는 숨어 있는 구조재가 중요하다. 마감재는 살면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구조재는 재건축을 하지 않는 한 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집의 기능성은 구조재 품질에서 90% 이상 좌우된다. 표준화 규격화된 구조재로 지은 단지형 주택은 이런 점에서 강점이 있다. 반드시 샘플하우스를 직접 확인하되, 화려한 마감재와 인테리어에 현혹되기보다는 구조재는 어떤 것을 쓰는지 꼼꼼하게 챙겨봐야 한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마침 국내에서도 이런 행사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시공사와 드림사이트코리아가 공동으로 국내 최대의 목구조 전원주택단지로 조성 중인 경기 가평군의 ‘북한강 동연재’(총 141채) 단지에서 이달 20일까지 주택전람회가 진행 중이다. 세미 패시브하우스 공법의 고단열 목구조 샘플하우스 4동(5채)이 동시에 공개된다. 내 집을 꿈꾸는 예비 건축주들이 집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원생활을 염두에 둔 집 구경이라면, 단순히 집만 볼 것이 아니라 집과 사람, 그리고 자연의 어울림을 하나로 묶어내 ‘감상’할 줄 알아야 한다. 자연과 더불어 가치가 살아나는 것이 전원주택이다. 액자에 그림을 넣어 벽에 걸어 놓듯이 자연 속에 집을 넣어 놓고 관찰해야 한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