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스포츠를 통해 군인들의 친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1948년 발족된 CISM(Conseil International du Sport Militaire)의 회원국은 현재 133개국. 한국은 1957년에 가입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994년까지 종목별로 실시하다 1995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종합 스포츠 이벤트가 됐다. 제5회 브라질 대회가 2011년이었으니 제6회 대회가 내년이다. 바로 한국이 개최국이다.
경북 문경시가 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은 2011년 5월. 하지만 국제종합대회 가운데 올림픽과 유니버시아드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큰 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그때는 2개월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18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시점이었다. 만에 하나 평창 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줄까봐 유치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회 종목은 모두 24개다. CISM 공식 종목 가운데 승마를 뺀 육상 수영 축구 태권도 등 23개 종목에 시범종목 양궁이 포함됐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군사종목들. 근대 5종(육상 사격 수영 펜싱 승마)을 변형한 ‘해군 5종’의 경우 장애물달리기, 다목적수영, 인명구조수영, 선박조종, 수륙양용 크로스컨트리로 구성됐다.
내달 3일 에콰도르에서 CISM 총회가 열린다. 조직위는 총회 참석 국가에 공식 초청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북한도 그 대상이다. 조직위가 예상하는 내년 대회 규모는 110개국의 선수단 약 9000명. 북한이 거기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1993년 CSIM에 가입한 북한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전의 5차례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군인들이 총을 내려놓고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될 것이다.
내년 문경 대회는 조직위 관계자의 말처럼 “아직은 군인들도 잘 모르는 행사”다. 10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초대형 이벤트인데도 말이다. 조직위는 6월부터 적극적으로 대회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아무쪼록 이 대회가 ‘군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국가적인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 사족 하나. 우리 국민 가운데 군(軍)과 이런저런 인연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사실은 대회 흥행에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