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단원고 학부모들 울음바다
“다른 애들은?” “친구들아 돌아와.”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생존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담요를 두른 채 울음을 삼키고 있다. 이들은 전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인천에서 여객선을 탔다가 변을 당했다. 진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3반 이모 양(17)의 어머니 노모 씨(44)는 16일 저녁 전남 진도체육관에 도착해 사랑하는 딸을 찾다가 보이지 않자 오열했다. 5반 김모 군(17)의 어머니도 “우리 아들 찾아내라고,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라며 체육관에 걸린 생존자 명단을 주먹으로 치면서 울부짖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학교가 급히 마련한 버스를 타고 진도로 달려온 안산 단원고 2학년생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모습이 끝내 보이지 않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고 일부는 격앙된 모습이었다. 유족들은 진도군수가 실종자 수를 설명하자, “당신들 왜 여기 있어, 가서 구조 안 하고…”라고 소리 지르며 나무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오열을 하다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인솔단장으로 세월호에 탑승했던 이 학교 김민규 교감은 사고 직후인 이날 오전 8시 50분경 김진명 교장에게 처음 “사고가 발생했다. 배가 기울고 있고, 멈춰 섰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1시간 뒤인 오전 9시 50분경에야 처음 문자메시지로 사고사실을 알렸다.
“아들, 대답 좀 해봐” 16일 여객선 침몰 당시 배에 타고 있던 안산 단원고의 한 여학생이 아버지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왼쪽)에는 ‘너무 심하게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어’ 등 급박한 상황이 담겨 있다. 다른 남학생은 사고 전 어머니에게 바다 사진을 보냈고, 어머니는 사고 뉴스를 접한 뒤 ‘아들 괜찮아?’라고 했으나 아무 답이 없었다. 두 학생의 생사는 16일 오후 5시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절망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연신 자녀들의 휴대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연결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박모 양(17)의 어머니 김모 씨(44)는 “오전 11시경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혼자 좋아하기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빈모 군(17)의 어머니 김모 씨(39)는 “오전 8시 40분 카카오톡 이후 연락이 안 된다. 안개가 낀 사진을 보내온 게 마지막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반 반장 김모 양(17)의 아버지 황모 씨는 “침몰하기 10분 전에 딸하고 통화를 했다. ‘아침 먹었고, 지금 바쁘다’고 하고 짧게 끊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오후 2시경 이 학교 정차웅 군(17)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고, 오후 3시경 실종자 수가 100여 명에서 300명 가까이로 늘어나자 단원고에 있던 가족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생존이 확인된 학생은 7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40여 명 학생들의 생사가 불분명해지자 단원고에 남아 있던 300여 명의 부모와 가족, 학교 관계자들은 “정말 대참사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절부절못했다. 방송에서 ‘배 안에 상당수 갇혀 있을 듯’이라는 자막이 뜨는 순간 강당 안은 탄식과 한숨이 흘러나왔다. 한 학부모는 “다 구했다는 건 뭐야. 다 학교에서 떠벌린 것 아냐, 우리 애는 어떻게 하지…” 하며 울부짖다 쓰러졌다. 이어 한 학부모가 “배 안에 갇힌 우리 아이들 살아 있을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자 강당은 한순간에 절망감에 휩싸인 채 울음바다가 됐다.
안산=남경현 bibulus@donga.com
김성모·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