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사고원인, 전문가 분석
헬기 구조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상공에서 해양경찰 헬기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 제공
○ 조타장치나 엔진 이상 가능성 ‘유력’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세월호 운항을 맡았던 한 항해사는 “조타 장치에 이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타 장치는 바퀴 모양의 키를 돌려가며 배의 진행방향을 바꾸는 장치다.
그러나 사고 당시 배에 있었던 또 다른 승무원은 “오전 8시 반경 엔진에서 드르륵 소리가 난 뒤 배가 덜컹거렸고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해 엔진고장 가능성도 내비쳤다. 구조된 승무원 강해성 씨(33)는 “여객선이 다른 소형 선박을 피하려 진로를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 암초 충돌 가능성 낮아
세월호는 인천과 제주를 정기적으로 왕복하는 연안여객선이다. 미리 정해진 항로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같은 길을 수십 번 오간다. 구조된 승객 중 상당수는 사고 당시 ‘쾅’ 하는 큰 소리가 난 뒤 배가 순식간에 기울었다고 증언해 암초에 부딪혔다는 좌초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성우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암초가 없는 항로를 골라 매일 똑같이 왕복하던 여객선이 암초에 부딪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구조를 위해 3t 어선을 몰고 사고해역으로 출동한 장춘배 씨(77)는 “이 지역에서 50년간 배를 탔지만 암초는 보지도 못했고, 암초가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장 씨는 “현장에 갔을 때 배가 약간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었는데 배 밑부분의 푸른색 페인트가 긁힌 흔적 하나 없이 깨끗했다”고 진술했다. 생존자나 현장 해경 중 아무도 여객선 아랫부분이 부서지거나 암초가 나타난 것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에서는 출발을 2시간 늦게 한 세월호가 일찍 도착하기 위해 항로를 직선으로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관실에서 근무 중이었던 한 기관사는 본보 기자에게 “출항이 늦어져 선장이 마음이 급했다. 일부 승객의 한라산 등반 일정을 맞추려면 정상 항로에서 벗어나야 했다. 처음 가보는 항로였다”며 항로 이탈 가능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권준영 해양수산부 연안해운과장은 “사고 선박이 이전 항로와 비교했을 때 항로를 이탈했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해수부가 공개한 항로도에 사고 당일 항로가 평소 항로에 비해 서쪽으로 다소 치우친 점은 발견됐다. 청해진해운 측도 “정해진 항로를 갔고 일찍 가기 위해 항로를 바꾼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 격류, 외벽 균열 등 가능성도
지상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진도 인근 해상은 ‘울돌목’으로 불리는 곳으로 조류가 사납기로 유명하다”며 격류 때문에 여객선이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선박 외벽에 균열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현장의 해경 관계자는 “사고 해역에는 여객선이 부딪힐 만한 암초가 없었고, 구조작업 당시 여객선 외벽에서도 큰 구멍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수부 역시 “사고지점은 해저 지질이 암반으로 이뤄져 암초가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선박 외벽의 미세한 균열이나 용접 부분에 있었던 틈이 벌어져 물이 스며들어간 뒤 나중에 압력으로 터져 여객선이 침몰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은택 nabi@donga.com·여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