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침몰 순간 급박했던 상황
구조신호 1시간 30여분 만에 침몰 16일 오전 8시 58분경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구조 신호를 보낸 지 1시간 30여 분 만에 침몰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을 놓고 암초와 부딪혔다거나 해로를 이탈한 것 아니냐는 등 의혹이 제기됐지만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해경·전남도 제공
사고는 아침식사를 마친 오전 8시 반경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기관실에서 근무했던 기관사에 따르면 오전 8시 반경 ‘드르럭’ 하는 소리가 나고 덜컹거린 뒤 배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구조된 승객들에 따르면 여객선은 기울어진 지 30여 분 뒤 곧바로 침수가 시작됐다. 생존자 임모 씨(59)는 “신고 후 1시간 정도 지나니 배가 급하게 기울었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믿고 15분을 기다려도 원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체가 기울면서 뜨거운 물이 쏟아져 주방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화상을 입기도 했다.
사고 당시 여객선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부분에서는 말들이 엇갈렸다. 배 후미에서 구조된 화물기사 서희근 씨(55)는 “쾅 소리가 군산에서 한 번, 여기(침몰 지점)서 한 번 들린 뒤 순식간에 배가 넘어갔다”며 “약 1시간 동안 배가 45도로 기운 채 있다가 30분 만에 완전히 침몰했는데 배가 회전하면서 침몰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승선 씨(39)는 “배가 갑자기 기울어 넘어졌고 충격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강병기 씨(33)는 “2층에 있는데 선체 바닥에 뭔가 닿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김수빈 군(17)은 “3층 복도에 구명조끼가 눈에 띄지 않아서 물이 차올랐을 때 보트가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물이 차오르자 승객들이 소화기 등으로 유리를 깨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출동한 해경 경비구난정 123정이 접근해 구조작업을 시작한 오전 9시 30분경 여객선은 물이 차오르면서 왼쪽으로 60도가량 기울어진 상태였다. 배가 기울어지자 승객들은 난간을 사다리처럼 기어오르거나 복도에서 미끄러져 벽에 바짝 붙어 움직여야 했다. 한 학생은 “배가 흔들리면서 1층 컨테이너들이 기울어졌고 아이들이 넘어지고 부딪혀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 헬기 2대와 어선 6척이 구조작업에 동원됐다. 10여 분 뒤 여객선의 왼편은 완전히 침수돼 이쪽으로는 더이상 구조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김승래 군(17)은 “3층 선실에 친구들과 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었고 1시간 뒤 바닷물이 목까지 차올랐다”며 “물밑으로 잠수한 뒤 탈출해야 했다. 서너 번 물체와 충돌한 뒤 숨이 막히려는 순간 빛이 보여 살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내린 이들은 해경과 해군 등에서 던진 구명튜브에 의지해 구조되기도 했다. 기울어진 선체의 높은 곳을 찾아간 이들은 헬기로 구조됐다. 신영진 군(17)은 “배가 기울어지자 높은 쪽으로 이동했다. 헬기를 타려면 가장 높은 곳으로 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 35분경 해경 경비함정(P-35)이 처음으로 승무원 박지영 씨(22·여)의 시신을 인양했다. 첫 사망자가 확인되면서 구조 현장은 더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어 낮 12시 15분 단원고 학생 정차웅 군(17)의 시신이 발견됐다. 구조된 승객 가운데 중상자들은 인근 진도한국병원, 목포한국병원, 해남종합병원, 해남우리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화상, 열상, 골절 등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벼운 부상을 당한 다른 승객들은 진도군 진도읍의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오후 5시 반 이후 권오천, 임경빈 군(17)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주애진 jaj@donga.com / 진도=강은지·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