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민관군 구조 총력전
이날 오후 해경과 해군 특수구조대가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 가시거리가 20∼30cm에 불과한 바닷물 속으로 잠수해 선체 진입을 시도했지만 침몰한 세월호의 선체 내부를 샅샅이 수색하지는 못했다. 오후 5시경 첫 번째 잠수는 사고 해역의 조류(밀물과 썰물 때문에 일어나는 바닷물의 흐름)가 강해 선체 내부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안타깝게도 일부 선실은 물이 들어차 있는 것이 확인됐다. 구조대는 조류가 잠시 멈춘 오후 6시 18분경 네 번째 잠수를 시도해 선실 3개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강한 물살 탓에 수색을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다. 군 관계자는 “들어간 선실에는 물이 차 있었고,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구조대는 17일 새벽까지 2인 1조로 선실 진입을 필사적으로 시도했다. 해경 등은 선체 내부에서 생존해 있을 수 있는 실종자를 위해 공기를 주입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지만 선체 진입이 어려워 난항을 겪었다.
“아이고, 학생들이 발밑에서 유리창을 두들기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데…. 5명 정도는 꺼냈는데, 남은 아이들은 다 죽었을 거예요.”
화물 기사로 배에 탔던 김동수 씨(50)는 옆으로 기운 배 위에서 헬기의 호이스트(물건 사람 등을 끌어올리는 장치) 구조 차례를 기다렸다. 발밑을 내려다보니 학생들이 유리창을 있는 힘껏 두들기고 있었다. 생존자들이 피난해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기자와 만난 김 씨는 “미처 못 구한 남학생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미칠 것 같다”고 울먹였다.
승객들이 힘을 합쳐 다섯 살배기 여아를 구해내기도 했다. 3등칸 플로어룸에 묵었던 김모 씨(59) 등 4명은 침몰이 시작된 뒤 권모 양(5)이 혼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닥으로는 점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권 양을 안은 채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기울어진 배 내부를 올랐다. 간신히 출구까지 오른 뒤에는 먼저 빠져나가 있던 여학생들이 권 양을 끌어올렸다.
해양경찰청에 사고가 접수된 것은 이날 오전 8시 58분. 완도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P-57함을 비롯해 인근의 모든 해경 함정이 전속력으로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오전 9시 45분 해경 123정은 세월호 옆에 바짝 붙었다. 구조요원들이 세월호로 건너갔지만 내부 수압 등 때문에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일부 승객은 유리창을 깨고 극적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50명이 123정으로 옮겨 타 생명을 구했다.
수협 목포 어업정보통신국도 사고 소식을 발 빠르게 전했다. 해경의 신고 접수 5분 뒤인 오전 9시 3분 “사고 현장과 가까운 어선들은 구조에 동참해 달라”는 무선 신호를 모든 주파수대를 이용해 송출했다. 잠시 후 어선들이 현장에 속속 모여들었고 오전 10시 진도선적 피쉬헌터호(1.11t) 등 2척이 바다에서 표류하던 20여 명의 탑승객을 구조했다. 10시 30분에는 목포선적 명인스타호(9.77t) 등이 27명의 탑승객을 구조했다. 오전 11시 이후 해성호를 비롯해 24척의 어선이 사고 현장에서 탑승객 구조와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전남도 행정선(전남707)과 진도군 행정선(아리랑) 역시 오전 10시경 현장에 도착해 50명이 넘는 이들을 안전지역으로 대피시켰다. 아리랑호의 구조작업을 이끈 곽종득 진도군 조도면장은 “구조된 학생들이 ‘친구가 안 보인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더 많이 구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조와 수색작업에는 해경 경비 함정 81척, 해군 26척, 육군 4척, 행정선 7척, 어선 50척 등 선박 168척과 항공기 29대(해경 14대, 해군 4대, 공군 8대, 경찰 2대, 소방 1대), 해난구조단 82명 등이 동원됐다. 독수리훈련을 위해 한국에 와 있던 미 해군 강습함정인 본홈리처드함도 현장 지원에 나섰다.
※ 특별취재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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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이형주 강은지 이건혁 배준우 기자
목포=정승호 차장, 조동주 박성진 기자
인천=박희제 차준호 황금천 차장
안산=남경현 차장, 김성모 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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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디자인팀 권기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