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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 실종… 이름 부끄러운 ‘안전행정부’

입력 | 2014-04-18 03:00:00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잇단 참사에 뒷북-우왕좌왕
姜안행, 한장짜리 자료만 읽고 구조상황 브리핑 해경에 떠넘겨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출범하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꿨다. ‘국민안전을 중시한다’는 국정 목표에 따른 것이다. 부처 이름을 ‘행정’과 ‘안전’이란 단어의 위치만 바꾸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안행부를 국민안전의 통합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름이 바뀐 뒤 안행부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부처별 기관별로 나뉜 재난안전관리를 총괄 조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중심으로 관계기관과 공조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초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국민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안전정책조정회의도 신설했다. 그러나 이번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대응 과정을 놓고 “대체 무엇이 바뀐 것이냐”란 지적이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여객선 침몰 사고라는 참사가 발생하자 중대본은 우왕좌왕했다. 승선자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구조자 수도 오락가락하면서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많다. 중대본은 당초 승선자를 462명으로 발표했지만 화물차 운전기사 13명이 표를 끊지 않고 승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승선자 수는 475명으로 정정됐다. 해명도 엉성하기 짝이 없어 ‘대책 없는 대책본부’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중대본부장인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엉터리 집계 논란’을 의식한 듯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A4용지 한 쪽짜리 자료만 읽고 자리를 떴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도 않았다. 이후 중대본은 “모든 구조와 수색에 관한 공식 브리핑은 해양경찰청이 한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스스로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행부는 올해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안전조끼 착용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안전조끼를 착용하지 않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내놓은 수습책이었다. 그러나 이번 진도 여객선 참사에서도 안전조끼 착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뒷북만 치는 것 아니냐”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재명 egija@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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