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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야속하지”… 목숨 건 잠수중 비바람-파도 거세져

입력 | 2014-04-18 03:00:00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숨가쁜 구조현장 동행기




사나운 바다… 안타까운 구조대 17일 오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해상의 기상 상황이 악화되자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과 해경구조대원들이 수색·구조작업을 중단하고 선체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치직) 최대 500야드(약 452m) 이내로 접근해 수색하라….” “전복된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치직).”

무전기를 통해 긴박한 대화들이 오갔다. “구명조끼 입고 있는지”란 질문에 잠시 답이 없었다. “입고 있다. 남성 같다.”

잔뜩 흐린 하늘. 17일 오전 9시 전남 진도 앞바다엔 이슬비가 내렸다. 진도 쉬미항에서 100t급 해경 경비정을 타고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도착한 바다엔 세월호의 일부가 보였다. 배의 구상(배의 아래에 있는 구조물) 부분이 바다 위로 5m 정도 삐죽 올라와 있었다. 배에서 나온 물건들이 파도에 휩쓸려 갈까봐 50여 m 길이의 주황색 펜스를 구상 주변에 두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잿빛 바다 위를 해난구조대(SSU)의 검은색 보트와 주황색 해경 구조선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세월호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수색을 하는 바다 위엔 배 모터 소리와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로 귀가 따가웠다. 100t급 경비정들과 3000t급 지휘함정, 민간 어선들도 조금 떨어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검은 잠수복을 입은 구조대원들은 10여 척의 배에 4, 5명씩 나눠 타고 있었다. 이들은 세월호와 보트를 줄로 연결해 선체로 올라가기도 하고 호흡용 호스를 연결한 채 바닷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세월호 옆에 한 척의 배가 섰다. 실종자 가족 7명을 포함해 20여 명이 탄 배였다. 쌀쌀한 바닷바람에 파란색, 노란색 담요를 두른 이들은 오전 7시 반경 팽목항에서 출발해 현장에 왔다. 모두 세월호가 보이는 오른쪽에 서는 바람에 배가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졌지만 아무도 이를 개의치 않았다. 가족들은 말을 잊은 듯 바다와 배만 쳐다봤다. 멍하니 바라보다 주저앉기도 했고, 서로 등을 감싸 안아 토닥여주는 모습도 보였다. 현장에 다녀온 한 실종자의 아버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니 너무 추웠다. 그러나 내 딸은 바로 저 밑, 더 차가운 물속에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전 9시 반이 지나자 배 위에 꽂힌 태극기가 펄럭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파도도 점점 커져 좌우로 일렁이는 높이가 커졌다.

해경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파도가 높지 않아 괜찮지만 오후에 날이 궂어지면 수색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하늘을 연신 올려다봤다. 빗방울도 점점 더 굵어져갔다.

아까 무전에서 언급된 시신이 구조선 위로 인양되자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혹시 모를 회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잠시 후 중단됐다. 김기웅 씨(28)였다. 오전 10시경 추가 사망자 2명이 확인되며 사망자 수가 9명으로 늘었다는 발표가 났다.

겉보기엔 잔잔해도 물살이 강하다는 진도 앞바다는 물속에선 거의 앞을 볼 수가 없다. 해경 관계자는 “20cm 안팎도 내다보기 힘들다”라며 “바닷속으로 내려가면 물살이 세 잠수부가 떠내려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멀리서도 잠수하고 올라온 대원들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가 점점 거세지면서 해경의 권유로 현장을 떠났다. 이날 오후 2시 반에는 세월호 선체 진입 작전에 투입됐던 민간 잠수부 3명이 높은 파도에 휩쓸려 떠밀려갔다 20여 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이어 악화된 날씨 때문에 구조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늘이 야속했다.

진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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