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배아줄기세포 성공 의미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 치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제공받은 난자에서(a) 제거할 유전물질(핵) 아래 부분을 절개하고(b) 핵이 포함된 세포질을 제거한 뒤(c) 이 자리에 체세포를 넣는다(d). 이 과정에서 난자에 가능한 한 상처를 입히지 않아야 배아줄기세포 제조 성공률이 높아진다. 차병원 제공
○ 성인 체세포로 배아줄기세포 만든 건 처음
복제된 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처음 만든 건 지난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이다. 당시 미탈리포프 교수팀은 태아의 세포를 이용했는데, 태아 세포의 핵은 수명과 관련이 깊은 ‘텔로미어’가 길고 분화 능력이 좋아 성인 체세포에 비해 줄기세포로 만들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번에 차병원 연구진은 태아의 것이 아닌 35세와 75세 성인 남성에게서 기증 받은 피부세포를 이용했다. 이동률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은 “성인의 체세포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난자 44개를 써서 배아줄기세포 4개를 얻어 성공률 약 10%를 기록한 만큼 성공률로 따지면 차병원 측이 떨어진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성인의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얻는 일이 더 어려운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 난자 핵 재빨리 제거해 성공률 높여
10년 전 황우석 박사가 만든 1번 배아줄기세포(NT-1)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실패작으로 지목된 이유도 NT-1의 유전자가 이식한 핵의 것이 아닌 난자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려면 줄기세포 속의 핵 유전자가 환자의 것과 일치해야 하는데, NT-1 속 유전자는 난자를 기증한 사람의 것이라 환자 맞춤형으로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