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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체세포로 세계 첫 복제… 맞춤형 치료제 개발 ‘파란불’

입력 | 2014-04-18 03:00:00

차병원 배아줄기세포 성공 의미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 치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제공받은 난자에서(a) 제거할 유전물질(핵) 아래 부분을 절개하고(b) 핵이 포함된 세포질을 제거한 뒤(c) 이 자리에 체세포를 넣는다(d). 이 과정에서 난자에 가능한 한 상처를 입히지 않아야 배아줄기세포 제조 성공률이 높아진다. 차병원 제공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윤리 논란이 심하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여겨져 10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로는 사실상 폐기됐다. 하지만 이번에 차병원 연구진이 복제된 배아를 이용해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터닝 포인트가 마련됐다.

○ 성인 체세포로 배아줄기세포 만든 건 처음


복제된 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처음 만든 건 지난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이다. 당시 미탈리포프 교수팀은 태아의 세포를 이용했는데, 태아 세포의 핵은 수명과 관련이 깊은 ‘텔로미어’가 길고 분화 능력이 좋아 성인 체세포에 비해 줄기세포로 만들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번에 차병원 연구진은 태아의 것이 아닌 35세와 75세 성인 남성에게서 기증 받은 피부세포를 이용했다. 이동률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은 “성인의 체세포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여성 4명에게서 난자 77개를 기증받아 핵을 제거한 뒤 기증 받은 남성의 피부세포(체세포)와 결합해 5개의 포배기 배아를 만들었다. 포배기 배아란 수정란의 속이 텅 비고 그 주위를 한 겹의 세포벽이 둘러싸는 시기를 말한다. 연구진은 여기서 최종적으로 배아줄기세포 2개를 얻었다. 성공률로 따지면 약 2.6%다.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난자 44개를 써서 배아줄기세포 4개를 얻어 성공률 약 10%를 기록한 만큼 성공률로 따지면 차병원 측이 떨어진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성인의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얻는 일이 더 어려운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 난자 핵 재빨리 제거해 성공률 높여

차병원 측은 이번 연구가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들어진 줄기세포의 핵 속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각각 75세와 35세 성인 남성의 체세포로부터 유래한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10년 전 황우석 박사가 만든 1번 배아줄기세포(NT-1)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실패작으로 지목된 이유도 NT-1의 유전자가 이식한 핵의 것이 아닌 난자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려면 줄기세포 속의 핵 유전자가 환자의 것과 일치해야 하는데, NT-1 속 유전자는 난자를 기증한 사람의 것이라 환자 맞춤형으로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 부소장은 “핵 치환 과정에서 레이저로 난자에 구멍을 뚫는 대신 피펫을 이용해 재빨리 핵을 제거한 기술이 핵심”이라면서 “앞으로 줄기세포 제조 수율을 높이는 데 치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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