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재래시장 지하에… 헉! 예술 신천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자 마케팅 공간인 서울 중구 중앙시장 내 ‘신당 창작 아케이드’에서는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썰렁했던 지하상가에 아케이드가 생기면서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장선희 기자
지하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통로에는 시장 상인들의 얼굴 사진을 아크릴 속에 새겨 넣은 작품들이 전시돼 시선을 끈다. 지하 곳곳에 서 있는 흰 기둥은 캔버스로 꾸몄다. 상인에게 슈퍼맨 옷을 입힌 홀로그램 사진작품이나 기하학적 그림을 붙여놓아 전시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입구에서 20m가량 걷다 보면 ‘탁 탁 탁’ 쇠망치를 두드리며 공예품 만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기부터 저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팻말을 단 작업실들이 나온다.
원래 이곳은 1971년 조성된 평범한 지하상가였다. 잘나가던 시절에는 이불과 한복, 회센터를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여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손님이 줄면서 이제는 일부 점포만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텅 빈 상가들로 흉흉했던 이 지하공간이 최근 예술가들을 ‘새 주인’으로 맞아들이면서 독특한 개성의 창작공간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이곳이 더 매력적인 건 예술가들만 ‘따로 노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 작가들은 그간 시장 점포 인테리어나 간판을 예술적으로 꾸미고 시장축제 때는 거리예술 퍼포먼스를 열었다. 매주 1∼2차례 정도 입주한 작가들이 직접 이곳 상인들을 출연시키는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한다. 손수레에 따뜻한 차를 담아 끌고 다니며 상인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지하공방을 둘러본 뒤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작가들의 손길이 간 간판이나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2번 출구로 나와 중앙시장 입구로 가면 된다. 지하 공방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쉰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