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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갈등의 사이에서… 오바마의 메시지는?

입력 | 2014-04-19 03:00:00

25일 한미 정상회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2008년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이 한 나라를 4번 이상 방문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15일 백악관의 공식 발표 직전까지도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일이 확정되지 않을 만큼 일정은 유동적이었다. 당초 계획에 있지도 않던 것을 한국이 강력하게 요청해 성사된 방한이기 때문이다.



일본 “미일수교 160주년” 강조하며 방일 추진

한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2014년 아시아 순방계획을 파악한 것은 지난해 11월. 한 달 전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불참했던 일정을 만회하는(make-up) 차원이었다. 방문 대상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으로 정했다. 동북아시아는 하반기 중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릴 때 또 올 기회가 있기 때문에 대상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올해가 미일수교 160주년이 된다’ ‘2010년 이래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논리로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성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미일관계가 소원해지자 방일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냉랭한 양국관계 회복은 물론이고 역사·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중국에 주려는 메시지도 분명했다. 집단자위권 행사와 평화헌법 해석개정을 정상회담에서 추인받음으로써 ‘적극적 평화주의’로 포장된 국방정책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일본이 ‘2박 3일 국빈방문’이라는 형식에 집착한 것도, 단독 방문을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후 최악에 가까운 대일관계에 빠진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시나리오를 좌시할 수 없었다. 일본까지 온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건너뛰고 필리핀으로 간다는 건 국민 정서상 용납되기 어려웠다. 청와대부터 외교부, 주미 한국대사관 등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외교라인이 달려들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해 1월 새해 벽두부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 날아가 이 문제를 협의했다. 덕분에 윤 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올해 외교회담을 한 첫 외국 장관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난감했다. 한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수 없었다. 빡빡하게 일정을 짜놓은 상태에서 없던 여정을 추가하면 어딘가에서 체류 일정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했다. 백악관은 2월 한국 방문 입장을 정하고도 정확한 방한일은 공개하지 못했다. 15일 공식 발표 전까지 일본 체류 일정이 ‘2박 3일’→‘1박 2일’→‘2박 3일’로 오락가락했다. 결국 첫 방문국인 일본 체류계획이 2박 3일로 정해지고서야 다음 일정인 방한일도 25일로 확정될 수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 최대 이슈는 경제문제

한일 문제에서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과 도쿄(東京)에서 중립적인 메시지만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일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북아 양대 우방국인 한일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선에서 매듭지을 것으로 예정된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최우선 의제는 점증하는 한미 무역 불균형이 될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대미 수출이 10% 이상 증가해 누적 무역흑자가 370억 달러(약 35조 원)에 이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무역 통계를 인용해 “FTA 이전 120억 달러였던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발효 첫해에 170억 달러, 발효 둘째 해에 200억 달러로 확대됐다”면서 “한미 FTA에서 미국이 실패했다는 미국 노동단체의 비판과 의회의 반발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순방을 앞두고 미국 대표단은 ‘의회를 볼 면목이 없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상태라고 소식통은 밝혔다.

한국은 전문직 비자(E-4) 쿼터 확대에 관심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문직 비자 쿼터를 1만5000개 신설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인 전문직 비자 법안’까지 제출돼 있으나 이민개혁법 추진이 지지부진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상회담 공식 발표문에는 북한 도발 억제 및 한미 안보공조 강화를 내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등 현안은 실무선에서 논의를 거쳐 정해진 일정에 따라 발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양국은 재연기와 미국 국방예산 감축에 따른 영향을 논의했다. 이에 따른 공식적인 재연기 여부에 대한 발표는 10월로 예정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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