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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기 防水 성능, 해외서 먼저 알아봐”

입력 | 2014-04-21 03:00:00

[내수 中企를 수출기업으로]<9>방수 케이스 생산업체 ‘디카팩’




전영수 디카팩 사장이 에어쿠션으로 물에 뜨는 스마트폰 방수 케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인도네시아 사업가가 요트 난파로 표류하다 이 케이스에 든 스마트폰으로 연락해 9시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영국과 독일 기업이 주도하던 세계 디지털기기 방수 케이스 시장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세계시장 1위 기업이 됐습니다. 연구개발에 매진해 2, 3위 기업과의 격차를 더 벌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영수 디카팩 사장(50)은 9일 “‘방수’ 하면 모든 사람이 디카팩을 떠올릴 만큼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디카팩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카메라 등의 방수 케이스 20여 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으로 직원은 47명이다. 이 회사의 제품은 해외 58개국에 수출돼 4000여 개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270만 달러(약 28억4000만 원). 창립 이후 누적 수출액은 1300만 달러(약 137억 원)에 이른다.

전 사장은 동아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토목과 도로·공항기술사 자격증을 딴 뒤 2002년 토목 설계·시공회사인 유원엔지니어링을 세웠다. 초기엔 사업이 잘됐으나 불황으로 일감이 줄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주기 어려워졌다. 새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고 사업개발팀을 신설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모았다.

토목 현장 촬영을 나갔다가 갑자기 내린 폭우로 디지털카메라와 메모리카드를 못 쓰게 된 직원이 디지털카메라 방수 케이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시장조사를 해 보니 방수 케이스가 있지만 특정 기종에만 맞고 비싼 데다 하드 커버였다. 비닐 재질의 영국제는 방수만 될 뿐 카메라렌즈를 위한 경통(鏡筒)이 없어 선명한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 첨단 디지털기기를 물과 먼지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제품을 싸게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방수 케이스 제조에 나섰다.

1년 6개월간의 시행착오 끝에 디지털카메라 방수 케이스를 개발했다. 물에 뜨는 방수 케이스에 경통을 접합하고 스마트폰과 방수 케이스가 달라붙지 않게 하는 신기술도 확보했다. 일본에 방수 테스트를 의뢰해 최고 등급인 8등급(수심 30m에서 30분 이상 방수)을 받았다.

2005년 4월 법인을 설립한 뒤 6월 첫 제품을 국내에 출시했다. 내심 ‘대박’을 기대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외국산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이름 없는 중소기업 제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전 사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국 해수욕장과 지하철역 등을 누비며 제품을 홍보했다.

판로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던 그해 10월 한국무역협회의 도움으로 태국에서 열린 ‘중소기업 우수상품 박람회’에 참가했다. 한 바이어가 물을 뿌리며 축복을 기원하는 물 축제가 태국에서 많이 열리는데 장사가 되겠다며 3000개를 주문했다. 이듬해 2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모스크바 시장개척단’에 참가했다. 폭설 탓에 바이어가 안 나타나자 현지 통역원과 지하철을 타고 눈길을 걸어 현지 업체를 찾아 3만 달러어치의 수출 계약을 했다.

수출에 눈을 뜬 전 사장은 매년 20회 넘게 전시회에 참가하며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지난해 8월 하와이 ABC마트와 제휴해 연간 1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그는 세계적 섬 휴양지들을 공략하기 위해 사무실에 대형 세계지도를 붙여놓고 있다.

“최근 수심 5m에서 견디는 방수 지퍼를 개발했습니다. 아웃도어 제품과 군용으로 많이 쓰여 세계시장이 4조 원 규모인데 독일과 일본 두 기업만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전 사장은 제품을 출시하면 수입 대체효과만 연간 4000억 원 이상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디카팩은 모든 직원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주고 기숙사, 안마방, 골프연습장 등을 갖춰 행복한 일자리 으뜸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협력회사(4곳)에는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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