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前 상공자원부 장관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은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한 것은 통상정책을 산업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김 전 장관은 40년 넘게 통상 분야에서 일하면서 겪은 일화와 연설문, 기고문 등을 엮은 저서 ‘통상을 넘어 번영으로: 경제발전과 한국의 통상’과 영문 별책 ‘Trade Winds of Change: Korea in World Trade’를 최근 출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73년 해외 박사 특별채용 때 상공부 미국담당 과장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 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그룹 의장, 국제통상대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등을 지냈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전 장관은 “우리나라는 수출을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나라인 만큼 통상과 뗄 수 없는 숙명적 관계”라며 “10억 달러를 수출하던 나라에서 세계 8위 무역강국으로 성장한 지난 40년을 되돌아보며 향후 통상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동시다발적 FTA 추진은 다자 간 도하라운드가 부진한 상황에서 우리의 경제영역을 넓히는 올바른 정책이다. 다만 FTA에 집중하면 세계시장 개방화, 규범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다자 간 협상에서 우리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중간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한중 FTA 협상에 대해서는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합친 만큼의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만큼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 경공업, 농산물 등에 대한 대응책을 잘 마련한다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원화 절상(환율 하락)으로 수출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제품의 품질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글로벌 차원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규제도 있다.”
“과거에 중요성을 역설했던 지식산업과 일맥상통한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교육이 중요하다.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에 비중을 둬야 한다. 평준화를 강조하다 특성화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특히 대학은 기업 수요와 연결되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기억에 남는 협상은….
“1994년 국내 상품시장을 개방하는 우루과이라운드에 사인했을 때 매국노 소리까지 들었다. 추진 과정에서 ‘시장 개방하면 다 죽는다’는 흑백논리 탓에 총리 2명과 농림부 장관 3명이 그만두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을 해야 경쟁력이 생기고 통상을 확대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으로 끝까지 밀고 나갔다.”
―슈퍼 301조 협상은 어땠나.
그는 당시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쁘다는 인식 탓에 미국과의 협상보다 국내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더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상공부 내에서조차 산업과 통상 쪽 입장이 상반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는 통상전문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외국어 실력과 국제적 감각, 세계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인성을 꾸준히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