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박지영씨 빈소]
‘대한민국 국민’이 보낸 조화 20일 인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승무원 박지영 씨의 빈소에서 한 여고생이 국화를 올리며 애도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박 씨의 사연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바닷물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승객과 어린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박지영 씨(22·세월호 승무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인천 중구 인항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박 씨의 빈소 앞 복도에는 전국에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보낸 ‘익명의 조화(弔花)’가 가득했다. ‘당신은 대한민국의 영웅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 국민’ ‘의로운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등 전국에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전날 오후 11시에는 한 40대 남자가 빈소를 찾아와 “집에서 TV를 시청하다 너무 답답해서 빈소를 찾았다. 나는 암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하는 시한부 인생이다. 나 같은 사람이 먼저 죽어야 하는데…”라며 비통해했다. 회사원 이희정 씨(29·여)는 “선장과 선원 등이 자기만 살겠다고 배를 버리고 도망갈 때 고인은 죽음에 맞서 책임과 임무를 다한 성인(聖人)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침몰한 세월호를 타고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들과 제주도로 환갑 기념 여행을 가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심창화 김정근 씨(60)도 박 씨의 빈소를 찾았다. 인하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이들은 “박 씨가 의자를 구해와 빨리 4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의 희생 덕분에 이렇게 살아있다”며 고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 씨의 거주지인 경기 시흥시는 고인을 의사자(義死者)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씨 유족에게 의사자 신청 서류를 전달했다. 관련 서류가 준비되면 정부에 의사자 신청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상에서도 박 씨를 의사자로 추천하는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18일부터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 씨를 의사자로 국립묘지에 모십시다’라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10만 명 목표 인원에 20일 오후까지 2만 명 가까운 이들이 동참했다.
반면에 청해진해운은 박 씨 유족에게 장례비로 700만 원만 지원하겠다고 밝혀 공분을 사고 있다. 유족들은 “청해진해운 측이 먼저 장례비 700만 원을 줄 테니 부족한 부분은 가족이 알아서 보태라고 했다. 사고를 낸 회사가 죽은 이를 두 번 죽이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