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강한 조류에 조타키 안먹자 확 돌렸나

입력 | 2014-04-21 03:00:00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
‘西→東’ 조류에 우회전 힘든 상황
맹골수도 처음 겪는 초보항해사… 조류변화 못읽고 급선회 가능성




세월호가 16일 오전 침몰 직전 급선회한 이유는 당시 항해 책임자였던 3등 항해사 박한결 씨(26·여)와 조타수 조준기 씨(56)가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의 빠른 조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의 항적도와 ‘맹골수도’ 해역의 조류도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우현으로 급선회하기 직전인 16일 오전 8시 40분 병풍도 동쪽 1km 해역에는 ‘서→동’ 방향으로 강한 조류가 흐르고 있었다. 3등 항해사 박 씨가 변침(變針) 구간인 이곳에서 원래 운항 계획대로 항로를 서쪽으로 5도가량 틀도록 조타수에게 지시했더라도 배가 조류에 밀리는 바람에 조타키를 평소보다 많이 틀어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선수가 오른쪽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조류의 방향이 ‘서→동’에서 ‘남서→북동’으로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우현으로 틀었던 조타키를 좌현으로 다시 틀어야 한다. 하지만 조타키를 급히 반대 방향으로 조작하면 유압(油壓) 차 때문에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배가 기운 탓에 연료유가 공급되지 않아 발전기가 멈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월호의 선내 전원은 오전 8시 48분부터 4분간 멈췄다.

조타수 조 씨는 해경 조사에서 “선박 진행 방향을 바꿨는데 갑자기 뱃머리가 돌면서 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급격한 방향 전환 탓에 발전기가 멈추자 방향타(선박의 진로를 조정하는 프로펠러)를 움직이는 엔진도 정지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평소 맹골수도를 통과할 때는 1등 항해사 강모 씨(42)와 조타수 박모 씨(60)가 세월호를 몰았지만 인천에서 출항시간이 3시간 늦춰지면서 3등 항해사 박 씨와 조타수 조 씨가 선박을 지휘하게 됐다. 선원법상 사고 해역과 같은 협수로에서는 선장이나 1등 항해사가 선박을 직접 운항을 지휘하도록 돼있으나 맹골수도를 처음 운항해보는 경력이 짧은 3등 항해사가 사고 해역 운항을 떠맡게 된 것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 / 목포=여인선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