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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민병선]끝나지 않은 임권택의 도전

입력 | 2014-04-21 03:00:00


민병선 문화부 기자

임권택 감독(78)의 신작 ‘화장’(개봉일 미정)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화장’의 출품 소식이 알려졌을 때 영화계에서는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최초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임 감독이 2002년 ‘취화선’으로 칸에서 감독상을 받은 만큼, 이번에는 최고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다.

제작사인 명필름에 따르면 ‘화장’은 출품 기한에 맞추느라고 급하게 만들어졌다. 영화의 품질을 좌우하는 색 보정과 음향 등이 미진한 상태에서 출품하다 보니 쟁쟁한 상대들에 밀렸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한국 영화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최고는 아니었다. 중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였던 임 감독은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했다. 이후 10년 동안 5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닥치는 대로 영화를 찍던 그때, 임 감독의 표현대로 ‘저질 영화감독’이었던 시절이다.

그가 ‘정신 차리고 영화 만들기’를 시작한 것은 1973년 ‘잡초’ 때부터였다. 이후 그는 ‘만다라’(1981년) ‘씨받이’(1986년) ‘티켓’(1986년)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년) ‘춘향뎐’(2000년) 같은 명작들을 선보였다.

그의 영화가 한국 영화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독창성 때문이다. 과거 신상옥 유현목 감독 등 유명 감독들은 지식인이었다. 유학파이거나 유명 대학을 나온 경우가 많았다. 지식인 감독들이 외국 사조의 영향을 받아 ‘서양 영화와 비슷한’ 작품을 만들 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임 감독은 그만의 한국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화장’까지 102편을 연출하며 그는 학맥과 인맥 없이도 장인으로서 우뚝 섰다.

이렇게 태어난 대표적인 영화들이 ‘길소뜸’(1985년) ‘서편제’(1993년) 같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빠져 있던 기자가 한국 영화에 빠져든 계기도 ‘길소뜸’이다. 이산가족 문제를 통해 전쟁의 상흔을 깊이 있게 그려낸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여운을 잊을 수가 없다.

올해 초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 전문가 62명에게 의뢰해 ‘역대 한국 영화 베스트 100’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중 감독별로는 ‘짝코’(1980년) 등 임 감독의 작품이 7편 포함돼 최다를 기록했다.

세계는 지금 노장 감독들이 대세다. 84세인 장뤼크 고다르 감독과 78세인 켄 로치 감독이 이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72세인 미하엘 하네케 감독은 2012년 ‘아무르’로 이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84세인 할리우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신작 ‘저지 보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나이는 많지만 새로운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영화계의 청년들이다.

임 감독은 이번에는 좌절했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으로 믿는다. ‘저질 영화감독’에서 한국 최고의 반열에 오른 그의 인생처럼 말이다. ‘영원한 청년’ 임권택을 기대한다.

민병선 문화부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