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한다. 걸어가는 사람은 위험을 거의 완전히 스스로 통제한다. 남이 모는 마차나 자동차를 타고 간다면 위험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사고가 나더라도 반드시 사망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는 다르다. 추락하면 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비행기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는지, 조종사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는 온전한지 확인하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아니다. 그냥 항공사를 믿고 탈 뿐이다. 위험의 관리가 개인의 통제를 벗어나는 요소가 많아지는 사회를 위험사회라고 한다.
▷배는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까지 위험사회적 요소가 가장 많은 이동수단이었다. 지금은 구명조끼나 구명정이 잘 갖춰져 있지만 전(前)근대사회에서 배가 침몰하면 거의 살아날 가망이 없었다. 오늘날도 먼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승객들은 구명 장비가 있어도 살아남기 어렵다. 승객은 선장을 전적으로 믿고 배를 탄다. 선장이 캡틴(captain)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