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송일수 감독이 모자를 벗어 선수들에게 인사하는 특유의 제스처로 선수단에 기운을 북돋고 있다. 송 감독(왼쪽)이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친 홍성흔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모자 벗고 “밝게 하자” 처진 두산 분위기 UP
“가끔 선수단 분위기가 처져있으면 모자를 벗으세요. 그리고 숱이 없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밝게 하자’고 하시죠. 그럼 벤치에서 웃음이 터져요.”
두산 송일수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 황인권 씨의 증언이다. 송 감독은 재일교포 출신이다. 한국어를 웬만큼 알아듣지만 혹 메시지 전달이 잘못될까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그럼에도 선수들에게 기운을 북돋워주고 싶으면 주저 없이 행동에 옮긴다. ‘송 감독표 제스처’도 그것의 일종이다.
이처럼 평소 말수가 많지 않은 송 감독이 덕아웃에서 감정을 아낌없이 드러낸 것은 선수 개인뿐 아니라 팀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홍)성흔이나 (김)현수가 살아나야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며 “현수도 홈런 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조금씩 살아날 것이다”고 기뻐했다.
사실 중심타자 부진에 가장 속이 탄 것은 감독이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조금 안 된다고 주전선수를 뺐다가 넣었다가 하면 완전히 무너진다”며 꾸준히 출장시켰지만, 팀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감독이 직접 나서 선수들을 즐겁게 할 만큼 벤치 분위기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100마디 말보다 행동 하나가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수 홈런 후 나도 모르게 제스처가 나왔다”는 송 감독의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번졌다.
홍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