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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물어뜯던 ‘핵이빨’ 문제아, 월드컵 깨무나

입력 | 2014-04-22 03:00:00

우루과이의 희망 수아레스




우루과이의 월드컵 세 번째 우승 여부는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루과이는 1930년과 1950년 두 차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후 우루과이 축구는 예선에서 탈락하거나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4위, 2011년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우승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요르단과 대륙 간 플레이오프 끝에 월드컵 본선 막차에 올라탔다. 당시 수아레스는 11골을 넣으며 예선 득점왕에 올랐다. 수아레스 덕분에 우루과이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문제아였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온갖 구설수를 몰고 다녔고 기행도 일삼았다. 2010년 월드컵 가나와의 8강전에서 골문으로 들어가는 공을 손으로 쳐내 퇴장 당했다. 그는 경기 뒤 자신의 행동을 ‘신의 손’이라 자랑해 비판을 받았다. 2011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해 8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3월 월드컵 남미 예선 칠레전에서는 자신을 밀착 수비하던 칠레 선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 한 달 뒤에는 첼시 수비수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의 팔을 깨물어 ‘핵이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사진). 소속팀 팬들마저 등을 돌렸고, 영국 기자들이 뽑은 가장 싫어하는 선수에 뽑혔다.

그랬던 그가 월드컵을 앞둔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20일 노리치 시티와의 경기에서 팀의 2번째 골을 넣으며 리버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0호 골로 득점 선두를 유지했고 프리미어리그 7번째로 30골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그의 활약 덕분에 리버풀(승점 80)은 2위 첼시(승점 75)와의 승점차를 벌리며 1989∼1990시즌 이후 24년 만에 우승이 유력해졌다.

그의 활약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우루과이 대표팀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이다. 우루과이는 이탈리아, 잉글랜드, 코스타리카와 함께 브라질 월드컵 D조에 속해 있다. 죽음의 조라고 불리지만 전문가들은 수아레스의 존재만으로도 우루과이가 이변이 없는 한 16강행 티켓을 거머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축구 영웅’ 펠레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목할 만한 나라로 우루과이를 꼽으면서 수아레스의 존재를 언급했다. 수아레스 열풍이 유럽을 넘어 월드컵에서도 지속될지 주목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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