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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선생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입력 | 2014-04-22 03:00:00

[세월호 침몰/안산 애도 물결]
하늘로 간 강민규 교감에게… 교사-학생이 보내는 편지






《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 엿새째인 21일 새벽 경기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 강민규 단원고 교감의 발인식이 열렸다. 그는 사고 당시 구조 헬기에 올라 생명을 건졌지만 ‘홀로 살았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자가 만난 단원고 교사와 학생들은 오히려 그에게 미안해했다. 강 교감의 유족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충남 보령 선산에 일부를 안치하고 나머지는 이번 사고가 수습된 뒤 바다에 뿌리기로 했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편지 형식을 빌려 대신 전한다. 정리=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교감 선생님. 결국 ‘산 자가 죄인’인 것일까요.

단원고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모두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사고였고 그 고통은 너무 컸습니다. 힘겹게 살아 돌아온 이들도 죄책감에 힘들어했죠. 선생님께서는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며 자책하셨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선생님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고 이틀째였던 17일 밤. 실종 학생의 부모가 모인 전남 진도체육관으로 사과를 하러 가셨을 때 “너희들도 같이 죽었어야지. 왜 살아 돌아왔느냐”는 항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새카맣게 타들어갔을 선생님의 가슴에 그 한마디가 큰 비수가 되어 날아 왔겠지요. 이튿날 홀로 산을 오르실 때는 또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선생님과 연락이 닿지 않자 모두들 가슴을 졸였습니다. 단원고 교무실에는 몇 번이나 선생님과 연락이 닿았는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애타게 선생님을 찾았건만 결국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지요.

21일 장례식장에서 선생님이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예정된 시간인 오전 5시보다 30분이나 일찍 장례식장을 나서셨지요. 유족들은 조용히 운구를 시작했고 20년 넘는 교직생활의 마지막 부임지가 된 단원고와 자택, 고잔동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화장장에 예정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좀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보내 드릴 걸’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선생님. 유서에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 힘이 벅차다.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적으셨지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늘 웃음으로 대했던 학생도, 20년 넘는 교직생활을 본보기 삼았던 다른 선생님들도, 유족과 동료 모두 선생님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세월호에 남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쓴 걸 알기 때문이죠.

선생님의 안타까운 선택을 놓고 누군가는 ‘평소 책임감이 강한 성품이라 아이들이 떠난 곳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장례식장에는 분향소 밖까지 단원고 교사와 학생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한 학생은 중간에 혼자 밖으로 나와 엉엉 소리 내어 통곡했습니다. 그 학생을 위로하던 다른 선생도 함께 울었지요.

교감선생님.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합니다. 당신의 유언처럼 저승에서도 제자들과 사제로 만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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