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기자
하지만 막상 공연이 무대에 오르자 사리넨의 긴장은 ‘엄살’이었구나 싶었다. 무용수들의 춤은 무대에서 강풍을 만들어내듯 힘이 넘쳤다. 때로는 손끝, 발끝 몸짓의 떨림이 객석에 전달됐다. 기존 국립무용단의 무대와 비교했을 때 단원들의 춤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고 무대는 한층 세련됐다.
자연스럽게 회오리는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21일 국립극장에 따르면 국립무용단의 기존 공연 객석점유율이 70% 안팎이었던 데 비해 회오리는 객석 1200석이 매회 90% 이상 들어찼다. 국립극장 측은 “과거에는 주로 무용 전공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회오리는 유료 일반 관객의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작은’ 주문 하나가 무용수들을 무대에서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사리넨은 ‘주입식’ 안무 대신에 무용수들이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법을 건 셈이다.
회오리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외국 안무가와의 협업에 있는 게 아니다. 물고기를 직접 잡아 주지 않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준 그 방식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