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몰린 곳 집중 수색… 눈물마저 말라가는 가족들
지쳐가는 심신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6일째를 맞은 21일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이날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수중 수색작업 소식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 중에는 지친 나머지 탈진하거나 쓰러져 앓아눕는 사람이 속출했다. 진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21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주로 머문 4층 선미 쪽 3개 객실(플로어룸)에서 시신 13구, 3층 식당 앞 라운지에서 10구를 발견해 수습했다. 4층은 350여 명이 묵은 곳으로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환갑을 맞아 제주도 여행을 떠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6명의 시신도 수습됐다. 구조팀은 이날 3, 4층 진입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입을 시도해 수색 작업에 큰 진척을 봤다. 이날 하루에만 모두 29구의 시신이 수습돼 사망자는 모두 87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는 215명이다(22일 오전 1시 현재).
수십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21일 오후 8시경 들려오자 진도 팽목항에 모여 있던 가족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시신이 수습된 건 처음이었다.
이윽고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의 특징을 마이크로 알려주기 시작하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갸름한 얼굴형, 긴 머리, 위 덧니, 상의 검정 반팔 티셔츠, 곤색 후드티 운동복, 하의 검정 운동복, 흰색 양말….’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곧 다른 시신의 특징을 불러주는 마이크 방송이 이어졌다.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시신의 인상착의가 흘러나오는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한 부부는 “우리 아이가 아디다스 운동복 바지에 검정 티를 입고 갔다”며 “아무래도 팽목항에 직접 가는 게 좋겠다”며 급히 밖으로 나갔다.
김모 씨(30)는 아버지의 용유초등학교 동창들의 이름이 나오자 연신 마른 입술을 깨물다가 “덥다”며 겉옷을 벗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이름은 오후 10시까지 실내체육관 앞에 설치된 전광판에 표시되지 않았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는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는 희망보다는 빨리 시신을 무사히 수습해야 한다는 간절함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후 11시 시신을 실은 마지막 배가 들어오고 시신을 확인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팽목항을 떠났다. 남은 가족들은 제자리에서 다시 긴 침묵에 들어갔다. 그들의 뺨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 위로 스산한 바닷바람이 스쳤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이날 생존자 확인과 시신 수습을 이번 주 수·목요일까지 끝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세월호 인양을 허락하겠느냐는 질문에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사고 해역에서 구조 작업을 3시간가량 지켜봤던 가족들 사이엔 구조팀이 선미 쪽에서 추가로 시신을 발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구조팀은 22일 오전 6시부터 잠수사들을 대거 투입해 수색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