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청해진해운 오너 수사]
텅 빈 청해진해운 22일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마련된 청해진해운 매표소가 텅 비어 있다. 침몰한 세월호의 운항사인 청해진해운은 연안항로 여객선 운항을 21일부터 전면 중단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침몰한 세월호를 운항한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계열사들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선 22일 ‘세모왕국’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유 전 회장은 뒤로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부인과 장남, 차남이 복잡한 지분관계를 형성하며 문어발식으로 국내 계열사 14곳 이상을 직접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밖에도 숨겨진 계열사들이 있다고 의심한다. 유 전 회장 일가의 개인 재산은 2400억 원, 계열사 자산가치는 56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재벌닷컴에 따르면 계열사들이 해외에 나가 설립한 해외법인은 모두 13개다.
그런데 매입 이듬해인 2006년부터 3년 동안 수상한 지분 변동이 일어난다. 영광 대명산업 도남이 보유한 지분은 ㈜빛난별이라는 회사로 넘어가고, 2008년엔 빛난별의 지분도 유 전 회장의 부인 김혜경, 장남 유대균, 차남 유혁기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로 다시 이동했다. 70.13%나 되던 새천년의 지분은 2008년 유 전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으며 각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로 양도된다. 결국 세모 조선사업부 매각 3년 만에 경영권이 유 전 회장 손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위장 계열사를 통한 탈세, 횡령과 배임 등 각종 범죄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여러 계열사로부터 경영컨설팅 비용을 받아 매출실적을 올렸고, 이 실적을 바탕으로 유 전 회장 일가가 주주 배당까지 받아간 것을 확인했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규모와 능력으로 볼 때 실제 컨설팅은 이뤄지지 않은 채 계열사 돈만 받아 챙긴 게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해운회사인 천해지가 지난해 느닷없이 사진예술작품 판매 회사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문화사업부를 합병하면서 160억 원의 자산을 승계한 반면 부채 95억 원을 떠안은 것도 수사 대상이다. 이때 승계한 자산 중 126억 원이 액수를 명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유 전 회장 등의 사진작품으로 조사됐는데, 검찰은 사진 상품가치를 부풀려 유 전 회장에게 이익을 몰아준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