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제 역할 못한 관료들]
○ “정 총리, 국민들의 신뢰 너무 잃어”
여당 내에서도 “정 총리가 사고를 책임지고 수습하기에는 국민들의 신뢰를 너무 잃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해외 순방을 마친 정 총리는 사고 당일인 16일 심야에 현장을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첫날 잘못된 통계 발표로 신뢰를 잃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사실상 해체하고 진도 현장에 정 총리를 책임자로 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책임총리’로서 현장을 장악해 신속히 대처하라는 박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그러나 정 총리가 내려간 이후 상황은 더 꼬였다. 정부와 실종자 가족 간의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졌다. 부처 간 칸막이도 여전했다. 특히 20일 새벽 실종자 가족들이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로 향했을 때 “정 총리가 과연 최선을 다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 총리는 현장에 있던 3시간 동안 승용차 안에서 머물렀고 피해자 가족들은 “무성의하다”는 원망을 쏟아냈다.
청와대에서 재난 대처의 총책임자 격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위기관리센터에 머물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박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는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실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보를 취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사고 발생 초반에 안전행정부, 해양경찰청 등에서 올라오는 부정확한 정보를 걸러내지 못했다. 대통령의 상황 판단에 혼선을 초래한 것이다.
현재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는 군 출신이 대부분이다. 안전을 전담하는 안행부 파견 인력은 1명뿐이다. 김 실장이 사고 발생 이후 한 번도 국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국민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우왕좌왕한 주무 부처 장관들
지난달 임명 당시부터 전문성 논란에 휘말렸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번 사고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 장관은 사고 전날 열린 국회 해양수산위원회에서 “바다의 안전을 가장 기본으로 챙기겠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바다에서의 모든 경제·문화 활동은 사상누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장관이 관련 기관을 장악하면서 현장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국회 발언은 ‘공염불’이었던 셈이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지휘관으로는 낙제점이었다. 구조에 나선 해경이 상황을 곧바로 장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구조의 적기인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것이다. 선원들을 배로 돌려보내거나 곧바로 진입해 승객 구조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경이 배 밖으로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을 구한 것 말고는 한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정민 ditto@donga.com·최창봉·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