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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체험학습 안전 고민… 버스 대신 걸어서 근처로

입력 | 2014-04-23 03:00:00

[세월호 침몰/혼돈의 학교현장]
자유학기제 확대로 늘어난 외부활동 계획 급수정




서울 송파구의 A중학교 교무실은 최근 아침마다 조용한 적이 없다. 수학여행과 체험활동, 수련회 등을 그대로 진행할지를 놓고 교사들 사이 의견이 팽팽하기 때문.

1학기 수학여행은 일단 보류했지만 2학기 현장체험 등은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 일부 교사들은 “모든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이 학교 교장은 “교사마다 생각이 다르고 학생, 학부모 견해차도 있어 쉽사리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학교 밖 교육활동에 대한 안전 문제가 각급 학교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교육부는 전국 일선 초중고교의 올해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중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부터 진로탐색 학기로 불리는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하는 학교가 전체 중학교의 20%에 달하고, 학생들의 의무 현장 직업체험 시간 역시 크게 늘었다. 이에 연말까지 각종 학교 밖 교육활동 계획을 짜놓은 학교들은 진행 방법을 두고 고민이 커졌다.

일단 상당수 학교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침에 따라 가능하면 선박 비행기 고속버스 등을 타고 이동하는 거리는 최소화할 계획이다. 대전서중은 지난해 다섯 차례나 고속버스를 타고 다른 시도로 체험활동을 떠났지만 올해는 시티투어 형식으로 시내에서만 체험학습을 한다. 이 학교 임미순 교사는 “지난해 대형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일부 좌석의 안전띠가 고장난 상태였다”며 “안전 문제도 있어 올해는 이동거리와 횟수를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어촌지역에 위치한 충남 태안여중은 인근에 체험활동 장소가 부족해 지난해 대도시로 몇 차례 체험활동을 갔다. 하지만 올해는 충남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학교 통학차량을 이용해 1시간 거리에 있는 태안국립공원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하철 시내버스를 이용한 이동마저 불안해하는 학교들은 아예 도보로 이동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 인근 박물관이나 공원 등으로 외부활동 문의를 하는 교사들이 많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현장방문 대신 각종 직업인을 학교로 초청해 간접체험 방식으로 대체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장은 “몇 년 전 수학여행에서 버스 사고가 난 적이 있다”며 “올해는 현장 체험활동을 모두 직업인 인터뷰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아예 교내에 각종 직업체험 부스를 만들어 ‘체험의 날’로 꾸릴 계획이다.

예정대로 외부 체험활동을 하기로 한 학교들 역시 올해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중학교 교사는 “넉넉한 시간과 충분한 비용, 다수의 인솔 인력을 통해 안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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