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품고 있는 ‘항아리’는 제각각입니다. 온전한 항아리도 있고 금이 간 항아리도 있습니다. 찰랑찰랑 채워져 전생에서 이생으로 넘어 온 항아리는 ‘물 한바가지’만 부어도 금세 항아리가 가득 찹니다. 금이 간 채 넘어온 항아리는 아무리 물을 부어도 항아리가 차지 않습니다. 채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지라 가끔은 비우자는 맘도 들지요.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면서 어렴풋이 삶을 알아갑니다. 그러다 인연 닿으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란 말씀에도 관심 가질 날이 오겠지요.
글·사진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