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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내 마음속 그곳]절벽자락 비렁길 걷다보면 세상근심은 어느새 저 멀리

입력 | 2014-04-24 03:00:00

금오도 해안절벽 걷기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길… 5개 코스 저마다 볼거리 뽐내




층층이 겹쳐 있는 해안 단구, 길 옆 바위에 앙증맞게 붙어 있는 콩란, 금오도 생태 탐방로 ‘비렁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수 밤바다의 또 다른 매력은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빛나는 섬 365개다. 섬 해안에 펼쳐진 539km는 여행객들을 유혹하기 충분하다. 섬 가운데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은 전남 여수시 남면 금오도다.

금오도는 여수항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다. 황금거북이라는 뜻을 지닌 금오도는 숲이 우거져 멀리서 보면 검게 보인다 해 거무섬이라고도 불렸다.

금오도 면적은 27km², 해안선 길이 64.5km이다. 섬 곳곳에 마을 14개가 흩어져 있다. 금오도 사람들이 걷던 마을길은 정상인 매봉산(382m)과 마을, 해안절경을 따라 조성됐다. 금오도 문화관광해설사 최점자 씨(54·여)는 “금오도는 자연풍광이 살아있어 방문한 탐방객 10명 중 9명은 감탄하고 간다”고 말했다.

금오도 마을길인 비렁길은 벼랑길의 여수 사투리로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렁길은 섬 사람들이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기 위해 오르내리던 길이다. 아직도 인위적 느낌이 없는 자연 그대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비렁길을 거닐다보면 해안 절벽이 층층이 겹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또 검푸른 바다에 떠다니는 작은 어선과 길옆 바위에 붙어 앙증맞게 통통 솟아오른 콩란들을 접할 수 있다. 비렁길 주변에 동백나무, 소나무, 소사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비렁길 5개 코스 18.5km를 모두 주파하는 데 8시간 반이 걸린다. 비렁길 1코스(5km)는 함구미 마을에서 미역을 말리던 널방바위와 신선대를 거쳐 두포마을까지 가는 길이다. 이 길은 멧돼지가 출몰해 농작물을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산허리에 끝없이 조성된 돌담이 많이 남아있다. 경사도 완만해 중년층이 선호하는 코스다.

비렁길 2코스(3.5km)는 두포마을에서 바닷가 밑에 굴이 있는 굴등 전망대와 촛대 모양을 닮은 촛대바위, 옛날 수달이 자주 모여 놀았다는 수달피 비렁까지 이어진다. 비렁길 3코스(3.5km)는 직포마을에서 남서풍을 섬말로 일컫는 갈바람 전망대와 매봉산 정상 전망대까지 펼쳐진다. 3코스는 약간 경사가 있는 데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해 젊은층이 선호한다. 3코스의 42m 협곡구간에는 7월까지 명품 출렁다리가 건설될 계획이다. 출렁다리는 길이 42m, 폭 2m로 또 다른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렁길 4코스(3.2km)는 학동마을에서 사다리통전망대와 오묵하게 생겨 폭우가 안쪽으로 불지 않는 온금동까지 이어진다. 비렁길 5코스(3.3km)는 심포마을에서 금오도 끝자락 막포전망대와 장지마을까지다.

금오도는 아름다운 풍광 이외에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금오도는 따개비 종류인 거북선, 비말은 물론이고 바다달팽이로 불리는 군소까지 맛볼 수 있다. 또 금오도는 방풍이라는 나물 주산지다. 방풍은 작은 잎이 새의 깃 모양을 이루고 꽃은 백색으로 7∼8월에 핀다. 허준은 동의보감에 “방풍 성질은 따뜻하며 맛이 달고 매우며 독이 없다. 오장을 좋게 한다”고 적었다.

방풍은 풍을 예방하고 임산부의 산후풍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풍은 해산물과 궁합이 잘 맞는다. 국내 방풍 생산량의 80∼90%가 금오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금오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먹을거리는 막걸리다. 금오도에는 아직도 막걸리를 빚는 술도가가 있다.

여수시는 국내 최고의 해안걷기 길인 비렁길을 상표 등록했다. 또 내년까지 금오도 유송리에 생태휴양공간인 야영장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호경 여수부시장은 “지난해 30여만 명이 금오도 비렁길을 찾아 어촌마을 풍경, 매혹적인 은빛바다와 어우러진 동백군락지 등을 살펴봤다”며 “비렁길이 5월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자원으로 선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